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알짜사업 똑 떼면 우린 어떡해"…동학개미 울리는 물적분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전경. [사진 제공 = LG에너지솔루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5,000,000,000,000,000원.'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을 받기 위해 써낸 총 금액이다. 무려 1경5000조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IPO(기업공개)는 대박을 쳤다. 개인 투자자들도 114조원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서 청약을 넣었다. 우리나라 2년치 국방예산보다도 큰 금액이다.

'전국민 소고기파티', 'LG엔솔 재난지원금'이라며 한편에서는 환호하지만 LG화학 주주들은 쓴웃음을 짓고 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모(母)회사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만든 회사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IPO 탓에 LG화학 주가가 이미 반토막 가까이 하락했고 당분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대체 물적분할이 무엇이기에 LG화학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걸까? 또 다른 개념인 '인적 분할'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물적분할' '인적분할' 어떻게 다를까


매일경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회사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은 기업을 나누는 방식의 차이다.

예컨대 A씨가 7000만원(지분율 70%), B씨가 3000만원(30%)의 투자금을 내 자본금 1억원 규모의 치킨·피자집을 하나 차렸다고 가정해봤다.

피자 사업이 잘 돼서 자본금 5000만원 규모로 피자 사업만 따로 분사를 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나의 회사를 쪼개는 것이 분할이다. 여기서 A씨가 가진 선택지가 바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이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치킨집이 피자집의 모회사가 된다. 모회사인 치킨집에 대해서는 A씨가 70%, B씨가 30%의 지분율이 유지된다. 동시에 치킨집은 자회사 피자집의 지분 100%를 소유한다. 기업 지배구조가 수직이 되는 것이다.

인적 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적분할을 하면 치킨집은 물론 피자집 지분도 A씨가 70%, B씨가 30%를 갖게 된다. 치킨집과 피자집은 서로 간에 지분 관계가 없고, 수평적인 관계사가 된다. 결국 물적분할하게 되면 A씨와 B씨는 피자집 경영권을 치킨집을 통해 간접 보유하게 되고, 인적분할하면 직접 보유한다는 차이가 있다.

여기서 다른 투자자 C씨로부터 피자집에 4000만원의 추가 투자를 받는 경우를 가정해봤다. 물적분할한 경우를 보면 자회사 피자집의 자본금이 5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늘었으니 치킨집(모회사)의 지분율은 100%에서 55.6%로 낮아지고 9000만원 중 4000만원을 출자한 투자자 C씨의 지분율은 44.4%가 된다. A씨는 치킨집의 최대주주이고, 피자집의 지분율 역시 모회사인 치킨집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A씨는 피자집에 대한 경영권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인적분할은 같은 금액인 4000만원을 투자 받으면 기존 대주주였던 A씨의 지분율이 50% 이하로 하락하게 된다. 새로 들어오는 C씨가 피자집의 새 대주주가 된다. 사실상 경영권을 내놓는 셈이니 A씨는 이런 투자를 받지 못할 것이다.

피자집을 자신이 대주주인 치킨집을 통해 100% 소유하느냐, 아니면 동업자 B씨에게도 피자집 지분을 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즉 물적분할은 새로운 자금을 유치할 때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유리하다.

주가 견인한 배터리사업 떼내다니...LG화학 주주 부글부글


매일경제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비슷한 경우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사해 만든 기업이다.

LG화학의 전지사업부는 이전까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고 테슬라 등 전기차 주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본 투자자들이 LG화학의 주식을 사기 시작한다.

앞으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자리를 전기차가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가 배터리 가격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사업부가 전기차 산업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배터리 시장 1위를 달리는 중국 CATL의 시총은 무려 270조원이다.

전지사업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LG화학은 한 가지 결정을 내린다. 전지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이름의 새 회사를 세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동안 성장성을 주목 받던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비상장사로 뒀다가 다시 증시에 상장시키면서 투자금을 모은 것이다.

LG화학의 기존 소액주주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는 결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다른 회사로 분할했으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반도체 업황이 좋아진다면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삼성전자에 직접 투자하는 게 효율적인 선택인 것과 마찬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를 보고 LG화학에 투자하던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도 LG화학을 팔고 LG에너지솔루션을 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LG화학의 주가도 최근 저점을 찍으면서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물적분할 후 상장, 투자자 보호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매일경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리튬이온폴리머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 제공 = LG에너지솔루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단 LG화학의 일만은 아니다. 상장사들이 알짜 사업부를 떼 내는 물적분할을 단행한다는 소식에 관련 기업의 주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을 SK온으로 물적 분할했다. SK케미칼의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도 물적분할에 이어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CJ ENM과 NHN도 물적분할을 예고한 상황이다.

국내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도 '포스코홀딩스'와 기존 철강사업부인 '포스코'를 물적분할하는 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했다. 주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잇따라 물적분할한 자회사 포스코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인적분할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최근에 SK텔레콤은 SK텔레콤과 SK스퀘어로 분할했다. SK텔레콤은 LG화학과 달리 인적분할이었다. 기존 SK텔레콤 주주들은 분할 이후에도 SK스퀘어 주식을 지분율 만큼 받으면서 잡음도 거의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과 함께 물적분할의 문제점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물적분할 등 기업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공모주 우선 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LG화학의 사례에 적용하면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얻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경영진이나 이사회는 주주들의 권리를 위임받아 회사 경영을 통해 주식 가치를 올리도록 암묵적인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물적분할 후 상장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 지 주주들과 소통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