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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 사태에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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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기자회견 이후 한 달째 '우크라' 언급 없어
협상 타결 기대, 전쟁 준비… 의도 해석도 분분
한국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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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정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작정인가. 전 세계가 초조해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데, 그는 도통 ‘가타부타’ 말이 없다. 국경 밖 러시아 10만 대군의 무력시위를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만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한 달이 넘도록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우’ 자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하려는 쪽은 오히려 우크라이나”라고 주장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확장 중단을 문서로 약속하라”고 서방에 요구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강도 경제 제재를 경고하든, 서방국가 외교관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보따리를 싸든, 한결같이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

그렇다고 푸틴 대통령이 대외 활동을 꺼리는 것도 아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진출한 이탈리아 기업 경영진과 2시간 30분 동안 화상회의를 했다.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추진, 친환경 에너지 투자 기회 확대 등 다양한 의제가 다뤄졌지만, 우크라이나 문제는 협상 테이블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최근 2주간 매우 바쁘기까지 했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쿠바, 핀란드, 이스라엘, 카자흐스탄, 니카라과,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베네수엘라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19일에는 크렘린궁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하면서 서방에 함께 맞설 우군을 끌어 모았다.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말의 전장(戰場)’인 외교 무대에서 그의 오랜 함구는 아무래도 예사롭지 않다. NYT는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판사판 드라마’에서 정작 당사자가 입을 닫는 건 서방국가가 그 의도를 추측하고 분석하게끔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즉, 철저히 계산된 침묵이라는 얘기다.

국제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기금 모스크바센터 소속 타탸나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세 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우선 지난 연말 이미 최후통첩을 한 상황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것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협상 타결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갖고 몸 사리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둘 다 아니라면 이미 군사 행동을 결심하고 조용히 개전 준비를 해 왔을 가능성이다.

침묵은 때로 백 마디 말보다 무겁고 무섭다. 푸틴 대통령은 말 한 마디 하지 않으면서 서방의 숨통을 꽉 조이고 있다. NYT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러시아에 ‘말 폭탄’을 날리는 미국의 대응 탓에 “‘서방이 러시아 안전을 보장할 때까지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겠다’는 크렘린궁의 원칙적 입장이 훨씬 더 도드라져 보인다”고 짚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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