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문화권 사업 중 청도·문경 사례 분석…"독자적 운영능력 검토해야"
예비타당성조사(PG) |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중앙 정부가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면제 요건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경제성이 낮은 사업에 대해 예타 조사를 면제하고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시설을 관리·운영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원광대 행정언론학부 박민정 교수(제1저자)와 임성실 강사(교신저자)는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이 지방자치단체 재정 운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의'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논문은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하는 학술지 '입법과 정책'에 실려 있다.
총사업비가 500억원을 넘으면서 300억원 이상의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은 예타 조사를 받아야 한다. 예산 낭비와 사업 부실화를 방지하고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대구·경북 지역의 3대 문화권 사업은 2008년 국가 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돼 추진됐다.
연구진은 이중 사업이 완료된 청도군과 문경시의 사업 운영 실태 및 재정 현황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도군의 신화랑 풍류체험벨트 조성사업은 간이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고, 청도군의 재정 자립도 역시 10% 이하의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 사업에는 국비와 지방비 등 610억원 가량이 투입됐는데, 청도군은 사업 운영비에 대한 부담 등으로 2017년부터 지방 출연기관과 위탁 계약을 맺고 시설을 운영해왔다.
연구진은 "민간위탁은 지자체가 예산 절감을 위해 민간에 운영을 맡기는 것이 대부분인데, 오히려 매년 위탁운영비로 청도군에서 지급하는 예산 지출액은 늘어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비와 지방비 1천억원이 넘게 투입된 문경시의 녹색성장벨트사업(에코랄라)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사업 역시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고, 문경시의 재정 자립도도 낮았다.
문경시는 시설 완공을 앞두고 높은 연간 운영비가 예상되자 900억원대 시설을 임대료도 전혀 받지 않고 지역 환원 조건을 걸고 민간업체에 위탁했다.
민간위탁으로 업체에 운영비를 넘긴 후에도 문경시는 2018∼2020년에 매년 5억∼17억원의 운영비를 따로 지출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과 정책'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나타난 원인에 대해 "사업 시작 당시부터 경제성이 낮은 사업을 예타 조사 면제를 통해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며 "정치적 성과만을 앞세울 뿐 지자체의 재정적 고려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중앙정부에서 국책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요건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국가재정법상 '지역 균형 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타가 면제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에서 정책적 필요성에 대한 내용을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책사업 시행으로 중앙으로부터 지원받는 것만 환영하다가 그에 따른 지방비 부담을 사전에 분석하지 않고 있는 지자체에는 '독이 든 성배'와 같이 작용할 수 있다"며 예타 면제 혜택을 받기 전 각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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