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싱글러브 |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반대했다가 소환됐던 존 싱글러브(사진) 전 유엔사령부 참모장(예비역 소장)이 지난달 29일 별세했다. 100세. 뉴욕타임스(NYT)는 테네시 주 프랭클린에 사는 부인 조앤 여사가 지인을 통해 플로리다주 탬파의 특수전협회에 장군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NYT 등에 따르면 싱글러브 장군은 77년 5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5년 안에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카터 대통령의 계획은 전쟁의 길로 이끄는 오판”이라고 말했다. 당시 카터 행정부는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를 중단하고 5년 내 주한미군을 철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WP 보도가 나가자 워싱턴에 호출돼 발언 경위를 호되게 추궁당했다. 주변에선 ‘언론이 발언을 잘못 인용됐다고 말하라’고 회유했다. 하지만 백악관에 불려간 그는 30분 동안 카터 대통령을 면담하면서 “(언론 보도는) 내 말을 매우 정확히 인용한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계획은 2~3년 전의 낡은 정보에 따른 것으로 현재 북한군은 그때보다 훨씬 강하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그 뒤 백지화했다.
세월이 지난 뒤 한 관계자가 “당시 가만히 있거나 발언이 호도됐다고 했으면 별 몇 개를 더 달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하자 “내 별 몇 개를 수백만 명의 목숨과 바꿨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2016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나는 공산주의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줄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싱글러브 장군은 2016년 한미동맹을 지킨 공로로 ‘제4회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수상했다. 국방부가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백선엽 한미동맹상은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은 2013년 동맹의 의미와 중요성을 조명하고 미래 동맹의 발전을 위해 제정됐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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