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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종합부동산세 폭탄 논란

재건축 투자금이 1억?…싸다고 지방 아파트 덜컥 샀다간 세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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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상대적으로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그건 강남 등 서울 일부 지역에 해당될 뿐이다. 지방 아파트 단지를 잘 찾아보면 1억원 안팎의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얼마든지 재건축 투자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지방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정부 규제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외지인들이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 집값이 싼 지방까지 원정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포착됐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와 온라인 단체카톡방 등에서는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건축 물건을 소개하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억원 이하 아파트는 취득세 중과만 배제될 뿐 종합부동산세 합산 대상이 될 수 있다. 1가구 1주택자는 공시가 11억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다주택자는 기본공제가 공시가 6억원으로 낮아진다. 1억원 이하 주택을 사더라도 다주택자가 되면 기존 보유 주택의 보유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 있으면 양도세 중과 대상도 될 수 있다. 특히 지방 물건은 단지 내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한 다물권자 매물도 많기 때문에 투자 결심에 앞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중 매매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곳은 경남 거제시 옥림 아파트였다. 1983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11개월 동안 950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충남 천안 초원그린타운(1998년), 전남 광양시 중마주공1단지(1999년), 충북 충주 세경(1992년) 등 재건축 연한을 넘어섰거나 눈앞에 두고 있는 아파트들도 같은 기간 매매 거래 건수가 500건을 넘었다.

지방 노후 아파트 단지는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는 수도권 아파트 대비 분양권 취득도 유리하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매수가 이뤄진 주택에 대해서는 분양권을 주지 않는데, 현재 지방에서는 경남 창원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이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지방 광역시에서도 대구 수성구와 대전 동·중·서·유성구, 인천 연수·남동·서구를 제외하면 투기과열지구 규제 칼날에서 벗어나 있다.

다만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만큼 동일 단지 내 다물권자 물건은 유의해야 한다. 조합설립인가 전이라면 다물권자에게서 소유권을 취득한 자의 조합원 지위나 입주권 취득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합설립인가 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합설립인가 후 토지등소유자 1명에게 토지 또는 건축물 등을 양수해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되면 그 여러 명을 대표하는 1명을 조합원으로 본다. 다물권자의 매물을 잘못 매수했다가는 분양권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지방 재건축에 소액으로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지를 사전에 챙겨야 혹시 모를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조합 추진위원회나 인근 공인중개사를 통해 해당 물건이 다물권자의 물건이 아닌지를 체크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국토교통부는 재작년 '7·10 대책'을 발표한 이후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가 다주택자의 투기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동안 대대혜인 실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가족 간 편법 증여나 대출 용도 외 유용, 법인 명의 신탁 등 위법 의심 거래 570건이 대거 적발됐다.

작년 인기가 많았던 지방 재건축 아파트에 뒤늦게 뛰어들 경우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재작년 7·10 대책 발표 이후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이 규제 사각지대로 알려지면서 매수세가 급격히 붙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금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억원 이하 아파트는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되지만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재건축 단지는 취득세가 중과된다. 정비구역 지정 여부는 국토부에서 제공하는 '토지이음'이라는 사이트에서 부동산 소재지 주소를 검색해 보면 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는 취득세 중과 배제 때문에 매수세가 몰린 것인데, 정작 정비구역이 지정된 재건축 단지들은 취득세가 중과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며 "세법상 기존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묻지 마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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