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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 속 한류

BTS 향한 마음은 같다…문화 향유 장벽 두드리는 ‘청각장애 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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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콘서트 수어통역사 배치 이끌고
하이브 전시회에도 서비스 요구
“편의 제공 검토” 답변 얻어내
박물관·미술관 문턱 여전히 높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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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자신들의 곡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에서 수어 안무(사진)를 선보였다. 이에 농인들은 ‘반응 영상’으로 화답했고, ‘농 아미(청각장애인 BTS 팬클럽 회원)’들을 위한 별도의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팬들까지 생겨났다. 전 세계적인 K팝 열풍에 수어 아티스트들까지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농 아미’인 A씨는 코로나19 와중에도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BTS 콘서트를 찾을 정도로 열혈 팬이다. 그는 2019년부터 BTS콘서트에서 ‘수어 통역’이 제공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A씨는 농인들이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콘서트를 개선하기 위해 BTS 소속사에 통역 지원을 요청했고, 아미들이 대규모로 ‘공감’하면서 수어통역사 2명의 콘서트 배치를 이끌어냈다.

BTS 아미의 사례들처럼 농인(청각장애인)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집단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 앞에는 높은 장벽이 놓여 있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A씨를 포함한 ‘농 아미’ 모임 소속 9명은 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운영하는 ‘하이브 인사이트 뮤지엄’ 전시회 관람을 위해 이달 초 수어통역 서비스 지원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하이브 측은 이들에게 “별도의 수어통역 서비스는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통역사는 따로 구할 테니 통역사의 입장료가 면제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통역사도 티켓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동이 불편한 노약자·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대여와 층간 이동 안내 등은 지원되고 있었지만, 청각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고 있었다.

하이브 측은 경향신문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9일 “재검토한 결과, 수어통역사의 입장료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브 측은 “현재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장애인 관람객의 편의 제공을 위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보통 다른 소속사들은 (장애인 팬들의) 건의에 조치를 잘 안 하는데, 하이브는 그래도 노력하는 것 같다”면서도 “청각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문화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문제”라고 말했다.

늦게나마 농인들의 권리 요구에 반응하는 하이브와 달리 일반 박물관·미술관은 이들에게 문턱이 매우 높다. 서울 주요 미술관·박물관 중 수어통역사가 정식으로 배치된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사실상 유일하다. 상주 통역사 2명이 있고, 예약제로 운영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9년 3~11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에 한해 ‘전시해설 수어통역’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부터는 이마저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수어통역 및 자막 제공 확대, 장애인이 일정 시간 정부·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사소통 바우처’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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