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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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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왜 특수활동비 공개 꺼리나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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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비공개하기로 했던 청와대 특수활동비(특활비)와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 등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지난 10일 납세자연맹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청와대 비서실이 2018년 7월 정보 비공개를 결정한 처분을 취소하고 일부 정보를 연맹측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비서실이 부담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피고측은 정보들이 공개되면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거나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비공개 사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4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납세자연맹은 2018년 청와대에 "문 대통령 취임 후 특수활동비 지출 내용을 지급일자·지급금액·지급 사유·수령자·지급 방법을 구분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연맹은 또 김정숙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의전 비용과 관련한 정부의 예산편성금액과 지출, 2018년 1월 부처 장·차관급 인사가 청와대에 모여 국정 2년차 과제를 논의한 워크숍에서 제공한 도시락 가격과 업체 이름 등도 공개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자 청와대는 "대통령비서실에 편성된 특수활동비의 세부 지출내용에는 국가안전보장·국방·외교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이를 공개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특수활동비는 2017년 검찰의 '돈봉투 만찬' 파문 당시 자금 출처가 법무부 특수활동비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집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 수행에 들어가는 경비를 말한다.

청와대 국가정보원 법무부 국방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에 주로 배정되다보니 힘있는 부처의 '특권'으로 불린다.

엄연한 국민 세금인데도 영수증 증빙이 필요없고 집행내역도 불투명해 '눈먼 돈'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008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특수활동비 일부를 생활비로 쓰다가 눈총을 받았고,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특정업무경비를 투자상품에 넣어뒀다가 빈축을 산 적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법원이 청와대 특활비에 대한 공개 결정을 내린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들이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국민이 감시하고, 공직자들이 집행내역을 상세히 밝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북유럽 선진국인 노르웨이에선 총리가 예산을 사용하고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을 경우 사임 또는 탄핵까지 당할 수 있다.

그만큼 국민 세금을 오·남용한 데 대한 책임과 처벌을 엄하게 묻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5월25일 "대통령 가족의 생활비는 봉급으로 충당하겠다"며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부부 식대와 개 고양이 사료값 등 명확히 구분 가능한 것은 별도로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앞으로 식비, 의복비 등 가족의 생활비를 대통령 봉급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관저에서 사용하는 치약, 칫솔도 개인 돈으로 사겠다고 했다.

그동안 청와대 특수활동비에서 대통령의 관저 운영비나 생활비 등을 충당해온 관행을 수술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그해 남은 특수활동비 126억중 42%인 53억원을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예산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특수활동비가 다시 '깜깜이 경비'가 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연맹측은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기록물관리에 따른 법률'에 따라 정부의 특수활동비 등과 관련된 모든 서류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다"며 "나중에 청와대가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직자들이 국민 세금을 제 주머니 쌈짓돈인양 펑펑 쓰는 파렴치한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세금은 국가가 이를 오남용하지 않고 공익을 위해 사용할 것을 납세자인 국민과 약속하는 일종의 사회계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이 국민적 공분을 사는 것도 사회계약을 깨트리고 공과 사의 엄격한 경계를 허물었기 때문이다.

채근담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탐욕스런 마음이 생기면 강직함이 녹아 유약해지고 지혜가 막혀 혼미해지며 평생 닦은 인품을 무너뜨린다"고 했다.

청와대는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특수활동비와 의전비용 내역 일체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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