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는데도 살이 잘 안 빠져 고민이라면 자신의 장내 환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체 중 미생물이 가장 많은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니다. 장내 미생물은 소화·흡수·면역과 호르몬 분비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요즘처럼 감염병 유행으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때는 장내 미생물 균형이 더 깨지기 쉽다. 배달 음식과 자극적인 음식 섭취로 복부 비만과 장 트러블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장내 세균이 비만과 관련 있는 주요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다. 비만인 사람의 장내 세균 구성은 정상 체중인 사람과 다르다. 대표적으로 ‘퍼미큐테스(Firmicutes)’라는 균이 있다. 퍼미큐테스는 장내 유해균 중 하나다. 몸속 당분 발효를 촉진해 지방을 과하게 생성하게 하고, 지방산을 생성해 비만을 유도한다.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을 활성화하는 데도 나쁜 영향을 준다. 비만인 사람의 장에는 퍼미큐테스의 비율이 정상인보다 높다.
반대로 날씬한 사람들의 장에는 뚱보균과 반대 기능을 하는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가 많다는 게 학계의 이론이다. 박테로이데테스는 지방 분해 효소를 활성화하고, 체내 지방 연소와 체중 감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장 기능을 향상하고 면역력을 높여 살이 잘 찌지 않도록 돕는다.
장내 세균, 뇌 건강에도 영향
장내 세균은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이 ‘제2의 뇌’라고 불리는 이유다. 소화기관과 뇌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별한 신경세포와 면역 경로인 ‘장-뇌 축(gut-brain axis)’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연구들의 논리다. 자폐증·파킨슨병·알츠하이머·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신경계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장내 세균 분포는 개인마다 다르다. 유전·식습관·생활습관에 따라 개인별로 다양한 군집 구조를 갖는다. 이런 장내 미생물의 군집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각기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을 지니고 있다. 이 차이로 신체 건강이 좌우된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쉽게 배탈이 나거나 살이 찌는 것도 장내 미생물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면 유익균 군집이 붕괴하고 해로운 균이 득세하면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발생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활발한 이유다.
평소 건강한 장내 세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다이어트뿐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의 하나다. 장내 유익균 수를 늘리고 유해균 수를 줄이는 것이 첫 번째다.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가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 있는 균을 말한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종이다.
체지방 감소 돕는 유산균 개발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균총 분포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돕는다. 장내 유익균 증가, 유해균 감소에 도움을 주고 장내 균총의 정상화를 돕는다. 또 장에서 젖산을 분비해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유지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산성 환경을 견디지 못하는 유해균은 감소하고 유익균은 증가한다.
최근에는 ‘체지방 감소’ 기능성을 가진 프로바이오틱스도 개발됐다. ‘락토바실러스 복합물 HY7601+KY1032’다. 락토바실러스커베터스(HY7601),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KY1032) 2종 균주의 복합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장 건강’과 ‘체지방 감소’라는 다중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에 정착해 지방세포의 합성을 억제하며 장내 세균총을 변화시켜 근본적으로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원리다.
락토바실러스 복합물은 인체 적용시험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과체중인 한국인 남녀 12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하루 100억 CFU의 락토바실러스 복합물을 섭취하게 한 후 다이어트와 관련한 6가지 지표를 측정했다. 그 결과, 체지방률·체중·복부지방과 피하지방 면적·BMI(체질량지수)·체지방량의 유의적 감소를 확인했다. 연구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제지방량’에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제지방량은 체중에서 체지방량을 뺀 양이다. 근육·무기질·수분 등을 포함한다. 제지방량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건강한 다이어트를 뜻한다. 근육이나 수분의 감소 없이 체지방만 빠졌다는 의미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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