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5 (토)

미 우크라 대사관 폐쇄…우크라 대통령도 “16일 침공설” 인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시아의 군사행동 가능성 뚜렷”

폴란드 국경 근처 대사관 기능 이동

“대사관 통신장비 등 파괴 지시”

미-러, 외교 통한 해결도 계속 강조

위기감 끌어올리며 양보 얻으려는듯


한겨레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13일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훈련하고 있다. 키예프/UPI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언제든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해온 미국이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 핵심 인력을 제외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철수령을 내린 지 이틀 만에 전원 철수를 결정해 긴박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러시아군의 급격한 증강 때문에 키예프 대사관의 임무를 한시적으로 리비프로 재배치하는 중에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시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군사행동으로 나아가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현실적이고 뚜렷하기 때문”에 외교 인력 철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반적으로 둘러싼 상황에서 언제든 침공이 개시될 수 있다고 했다.

키예프에 남아 있던 미국대사관 핵심 인력은 폴란드에서 70㎞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프로 이동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최근 미군이 증파된 폴란드는 전쟁 발발 때 미국인들의 육상 탈출로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 미군에게는 미국인들의 철수를 돕는 임무가 부여됐다. 유럽 국가들의 공관 인력들도 유사시 탈출이 용이한 리비프로 이동하고 있다. 키예프의 미국대사관을 경비하는 우크라이나 보안 관리는 모든 미국인들이 떠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국무부가 키예프 미국대사관의 통신장비와 컴퓨터 단말기를 파괴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13일에는 먼저 철수한 대사관 직원 56명이 기밀 자료와 함께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동안 미국이 상황을 과장한다면서 침공 임박설을 부인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2월16일이 공격 날짜라는 말을 듣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언제든 침공을 개시할 수 있다며, 이달 16일이 공격 개시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6일 공격설’에 대한 질문에 “(러시아의) 최종 결정이 내려졌는지는 여전히 모른다”면서도 “군사행동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지난 주말에도 우크라이나 주변에 군사력을 증파했다고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이달 초 83개이던 우크라이나 주변의 러시아군 대대 전술단이 105개까지 불어나고, 우크라이나를 공격 범위에 둔 러시아 전투기도 약 500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흑해에는 러시아 전함 40척이 배치됐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주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럽 쪽 국방장관들과 만나고 대 러시아 ‘최전선’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도 방문하기로 했다.

한편에서는 러시아와 미국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의 회동에서 “우리 파트너들과 핵심 문제에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가, 아니면 그들은 우리를 끝없는 협상 절차로 끌어들려 하는 건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과 합의의) 가능성이 소진된 것은 아니며, 한없이 이어질 수는 없지만 협상을 계속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좋다”고 반응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14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5일에 모스크바에 온다는 점도 언급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동유럽 배치 나토 군사력의 1990년대 수준으로의 회귀를 명시적으로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우리는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외교적 해법에 도달하려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러시아가 건설적 간여를 선택한다면 외교의 길은 여전히 이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주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한 고비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러의 이런 행보는 위기 의식을 한껏 고조시키면서 서로에게 양보를 얻어내려는 책략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