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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미성년 성폭행' 英여왕 차남, 피해자와 200억원에 합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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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한 달 전 전격 합의

혐의 인정여부 언급 안해

여왕, 합의금도 지불할 듯

아시아경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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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민사재판을 앞뒀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피해자에게 2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5일(현지시간) 앤드루 왕자가 피해자 버지니아 주프레에 대한 합의금과 피해자 측 자선단체에 내기로 한 금액이 총 1200만파운드(약 195억원)을 넘는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여왕이 자신의 사유 부동산인 랭커스터 공국에서 거둔 수입을 앤드루 왕자의 합의금에 보탤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다른 매체들도 "여왕이 지금까지 앤드루 왕자의 법적 비용을 지불했다"며 "합의금도 내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측은 앞서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민사소송 개신 전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다만 합의금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거래 조건은 양측이 사건이나 합의 자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금지한다"라고 말했다.

양측은 최소 10일간 협상해오다 지난 주말인 12~13일께 최종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앤드루 왕자가 상대 측 대리인에게서 신문을 받게 되는 날이 오는 3월 10일로 정해지자 앤드루 왕자 측에서 전략을 바꾸고 합의를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앱스타인과의 친분 후회"=앤드루 왕자는 2001년 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당시 17세 미성년자였던 주프레를 뉴욕과 런던 등에서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프레는 뉴욕 연방법원에 제출한 민사소송 소장에서 앤드루 왕자가 자신이 미성년자이며 엡스타인의 성적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알면서도 동의 없이 성관계를 맺는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왕자는 이날 성명에서 해당 혐의를 인정하는지에 대해선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수많은 소녀를 인신매매한 앱스타인과의 친분을 후회한다"며 "주프레와 다른 피해자들의 용감함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가 주프레를 '용감한 사람'이라고 한 것은 지난해 10월 앤드루 왕자 측 변호인단이 '주프레가 돈을 벌기 위해 근거 없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언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주프레를 공개적으로 비방할 의도는 없었다"며 "주프레가 학대와 대중 공격의 피해자로서 고통받았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이번 합의는 앤드루 왕자가 뉴욕 법원의 증언대에 오르기 약 한 달 전 이뤄졌다. NYT는 "합의가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며 "주프레가 소송을 제기한 지 6개월 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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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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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복귀 사실상 포기=앤드루 왕자는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9년부터 왕실 일원으로서 모든 공식 업무를 중단한 채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난 1월에는 군 직함 등을 박탈당해 공적 임무도 수행하지 않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하' 칭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텔레그래프는 "앤드루 왕자가 지난해 말만 해도 (성폭행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공무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사적으로 밝혔지만 현재는 이 사건으로 평생 불명예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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