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대에 따르면 2022학년도 서울대 정시(일반전형) 모집에서 조선해양공학과 경쟁률은 4.47대 1을 기록했다. 전년도 경쟁률(5.5대 1)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조선업 불황기였던 2010년대 중반 경쟁률이 3대 1까지 떨어졌던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2022학년도 정시 모집 경쟁률은 4.96대 1을 기록해 2014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그래픽=이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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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해양공학과 입시 지원율이 반등한 배경으로는 업황 회복이 꼽힌다. 이인원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장은 “올해 공과대학 내 5개 학과 중 입시 경쟁률이 가장 높게 나왔다”며 “최근 조선업 부활과 함께 대형 조선사들이 채용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원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울대와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는 각각 1946년, 1950년 설립돼 70여년간 우수 인재를 배출하면서 국내 조선업이 세계 1위가 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선업 불황으로 조선사들이 신규 채용을 중단하자 학과 지원율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재학생 중에서도 전과하는 인원이 늘자 대학들은 전과를 희망할 경우 최소 한 학기 전 지도교수와 상담하도록 하고, 전공수업을 13학점 미만으로 이수한 학생은 전출 우선순위에서 최하위에 두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가 역대급 수주실적을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조선해양(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액을 45% 초과한 458억달러(약 54조4800억원)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며 2~3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도 연초부터 조(兆) 단위 수주를 이어가며 독(Dock·배를 만드는 건조장)을 채워가고 있다.
조선사들은 올해 업황 회복에 발맞춰 생산기술직뿐 아니라 설계 등 고급 인력 채용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중공업(329180)그룹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총 42개 분야에서 석·박사급 신규 연구 인력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 ‘글로벌 R&D 센터(GRC)’ 준공에 맞춰 R&D 인력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대졸 신입 채용을 준비 중이고 대우조선해양도 수시 채용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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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은 수요자(기업)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는 산학협력 방식으로 조선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인원 학과장은 “선박을 대량 수주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추세”라며 “관련 전문 기술을 보유한 고급 인력을 양성한다면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과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계속 이어지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60~1980년 세계조선업을 이끌었던 일본은 1980년 중반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설계 인력을 대폭 감축했다. 이때 조선 인력 양성을 주도했던 도쿄대 선박공학과의 위상과 인기가 떨어지면서 1989년에는 선박해양공학과로 1998년에는 환경해양공학전공으로 과명이 바뀌었다. 이후 일본의 조선업은 한국과 중국에 밀려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A교수는 “중국과 1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인재 육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이 자체적으로 재직자 교육을 강화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고급인력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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