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뉴스) 17일 홍콩의 한 병원 바깥에서 대기 중인 코로나19 환자들을 의료진이 돌보는 모습.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다음달 예정된 행정장관 선거가 연기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홍콩 유일의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인 탐유충(譚耀宗)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당국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다음 달 27일 행정장관 선거를 예정대로 진행할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시한 대로 코로나19를 통제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여야 한다며 주의를 분산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일들은 방역의 뒷순위로 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정장관 선거는 방역 활동에 책임이 있는 일부 잠재적 후보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와 홍콩 정부는 (선거 일정에) 어떤 조정이 이뤄져야 할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홍콩 대공보와 문회보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시 주석이 홍콩 정부에 코로나19 방역이 최우선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하고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0일 행정장관 선거 후보 등록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행정장관 선거가 선거위원회(선거인단) 위원 1천463명의 간접 선거로 진행되는 만큼 코로나19 5차 확산과 상관없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람 장관은 지난 15일 주간 정례 브리핑에서는 "현재 상황이 심각해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도일보는 이날 "행정장관 선거 연기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국 정부의 침묵 속에 람 장관을 비롯해 아직 주요 잠재 후보군 중에서는 출마 의사를 밝힌 이도 없다.
지난달 쿵푸 고수 체클리 신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전날에는 최대 친중 정당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DAB) 출신 우사이추엔이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고, 또 다른 무명 인사 두 명이 출마 의사 광고를 인터넷에 게시한 것이 전부다.
역대 홍콩 행정장관은 모두 중국 정부가 낙점한 인물이 당선됐다.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의 입쿽힘 위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정부는 어려운 시기에 홍콩을 다스릴 역량이 있는 사람을 원할 것"이라며 홍콩 행정부의 코로나19 통제가 차기 행정장관에 누가 자격이 있는지 중국 정부가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분석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는 것이 행정장관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며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달으면 현 장관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규 환자 폭증으로 정계에서는 선거 연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선관위도 전례 없는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홍콩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2020년 9월로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를 한달 전 전격 연기했다. 해당 선거는 15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치러졌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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