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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돌봄교실 확진 속출… “개학 땐 큰 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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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폐쇄하는 곳 잇따라 나와

경기도에서 맞벌이하는 A씨는 지난 주말 아이 맡길 데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굴렀다. 지난 10일 1학년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코로나 확진 학생이 나와 일주일간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꼭 등교해야 하는 학생은 이틀에 한 번 자가 검사 키트로 검사하고 ‘음성’이면 보내라”고 했지만, 아이가 검사를 너무 싫어하는 데다 혼자만 등교할 것 같아 무작정 보낼 수가 없었다. A씨는 할 수 없이 월요일인 14일 아이를 집에 두고 출근했고, 다음 날부터는 회사에 사정을 얘기하고 휴가를 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도 비상이 걸렸다.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1~2학년생들을 오후 5시 정도까지 돌봐주는 곳으로, 방학 중에도 계속 운영한다. 전국적으로 1만4774교실, 28만3000명이 이용(작년 기준) 중이다. 그런데 최근 돌봄교실에서도 확진 학생이 속출해 폐쇄하는 교실들이 잇따라 나오고, 이에 따라 학부모와 학교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교육계에선 “지금 돌봄교실을 보면 3월 새 학기에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큰 혼란이 벌어질지 눈에 선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의 B 초교 돌봄교실에선 최근 한 학생이 기침을 하는 등 감기 증상을 보였다. 돌봄전담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했더니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학생이 계속 기침을 하자 학교 측은 학부모에게 전화해 “아이가 코로나 증상이 있으니 지금 집에 갔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학부모는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는데 왜 집에 가라고 하느냐”며 반발했다. 결국 학생은 돌봄 시간이 끝날 때까지 학교에 머물렀고 학교 측은 학부모에게 “증상이 있으면 내일은 등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러자 학부모는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는데도 학교가 애를 못 나오게 한다”면서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학교는 결국 다른 돌봄교실에서도 확진 학생이 여러 명 나오자 2월 마지막 주에는 돌봄교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B 학교 교장은 “당장 먹고사는 일이 바쁜 학부모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학교는 모든 학생의 건강을 생각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면서 “지금도 이렇게 난리인데, 다음 달 오미크론이 더욱 기승을 부릴 때 개학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 방역 지침이 크게 완화돼 같은 반에 확진자가 나와도 다른 학생들은 증상이 없고 자가 검사 키트 검사 결과 음성이면 계속 등교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가 불안한 나머지 학생들의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도 가급적 등교하지 말라고 요청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울산 북구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도 지난 9일 확진 학생이 발생했다. 학교 측은 다른 학부모들에게 “자가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등교할 순 있지만, 향후 이틀간은 가급적 등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한 학부모는 “맞벌이라 2학년짜리 애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보냈다”며 “평소 20명 정도 정원인데 3~4명밖에 안 나왔더라”고 했다.

박승란 인천 숭의초 교장은 “새 학기에 가급적 정상 수업을 하라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교육부가 일부 교육과정을 제한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제시한 ‘확진자 3%’를 넘기는 학교가 속출할 것”이라면서 “돌봄교실을 비롯해 학교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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