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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 피겨 보면서 '이럴 거면 왜 올림픽 여나' 생각한 분들 많았을 텐데요. 이 장면 한 번 보시죠. 상대가 위험할까 봐 속도를 늦추면서 길을 내준, 그래서 메달도 놓친 네덜란드 스케이트 선수의 모습인데요. 이게 바로 올림픽에서 기대했던 스포츠 정신 아닐까 싶습니다.
강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시작부터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는 두 선수.
마지막 한바퀴가 남았다는 종이 울립니다.
그러나 마지막 스퍼트가 시작되려는 찰나, 갑자기 속도를 줄입니다.
혹시나 부딪힐까봐 주춤했고, 아웃 코스에서 인코스로 들어오는 캐나다 뒤브뢰유에게 길을 내줬습니다.
페르베이는 이 결정으로 아픈 결과를 떠안았습니다.
경기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순위는 출전 선수 서른명 중 최하위.
대신 같이 뛴 뒤브뢰유는 한껏 속도를 끌어내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페르베이는 낙담하듯 고개를 떨궜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한 바퀴가 400m인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종목에선 각 선수에게 동등한 조건을 주기 위해 서로 한바퀴마다 인코스, 아웃코스를 바꿔 탑니다.
이때 동선이 겹치면 서로 부딪힐 수 있어 규정으로 아웃 코스 선수가 인코스로 들어오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같은 종목에 나선 우리나라 김민석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속도를 줄이면서 순위도 한참 밀렸습니다.
[김민석/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 그렇지 않았더라면 충돌이 일어났거나 제가 실격이었을 것 같아요.]
페르베이 역시 교차구간에서 모험을 걸 수 있었지만 위험을 피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메달 보다 매너를 중시한 겁니다.
상대 선수인 뒤브뢰유는 경기 뒤 "프로 선수다운 행동이었다"며 "고맙다는 말 만으론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의 멋진 장면은 1등의 환호로만 채워지진 않았습니다.
마지막 선수가 들어올 때까지 결승선에서 기다려 준 금메달리스트.
같이 경쟁한 선수에게 밀려났지만 기꺼이 축하를 보내준 아름다운 패자도 있었습니다.
빛나는 스포츠 정신 덕분에 동계올림픽은 어느 때 보다도 따뜻했습니다.
강현석 기자 , 김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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