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3일부터 주요 외식 품목의 가격과 등락률을 매주 공표한다. 물가 당국 관계자는 “가격 정보를 한번에 모아서 제공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부의 시장 감시 노력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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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동향에 업체명도 공개
공표 대상으로 선정한 품목은 총 12개로, 죽·김밥·햄버거·치킨 등 정부가 4대 관리품목으로 지정한 먹거리를 비롯해 떡볶이·피자·커피·자장면·삼겹살·돼지갈비·갈비탕·설렁탕 등이다. 모든 개별 음식점의 가격을 게시하는 것은 아니고, 프랜차이즈 음식점 가운데 가맹점 수를 기준으로 상위 업체의 주요 메뉴 가격을 공개한다. 예를 들어 김밥 프랜차이즈 상위 업체의 참치·치즈김밥 등 일부 대표 메뉴 가격을 공표하는 식이다. 집계한 정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식당의 칼국수 가격.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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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불만은 정부가 이미 품목별 외식가격을 공개하고 있는데도 여기에 더해 특정 일부 브랜드까지 콕 찍어 가격 동향을 공개하려 한다는 점이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가격정보 서비스 ‘참가격’을 통해 김밥·짜장면·칼국수·냉면·삼겹살·삼계탕·비빔밥·김치찌개 백반 등 주요 외식 품목의 지역별 평균 가격을 매달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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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물가 책임으로 외식가격 저격”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일 외식가격 공표제 시행을 발표하면서 “분위기에 편승한 가격 담합 등 불법 인상, 과도한 인상이 없도록 시장 감시 노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먹거리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외식업계와 가맹점주 등 자영업자의 가격 인상이 있다는 정부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재료값이 오르고 배달료를 비롯한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데 제품 가격을 따라 올리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이 가격 정책에 반감을 가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외식가격을 저격하듯이 공표한다고 그동안 커진 부담이 내려가냐”고 반문했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안 그래도 불황인데 물가까지 올라 외식업계도 고민이 많다”며 “손님이 끊길까봐 가격도 쉽게 못 올리는데, 이제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가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는 음식점에 책임을 뒤집어씌워 소비자와 등지게 하려는 의도인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식품기업을 잇따라 소집해 ‘가격 안정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를 불러 모은 자리에서는 먹거리 가격 안정을 책임지는 농림축산식품부뿐만 아니라 가격담합 사건 등을 조사하는 경쟁당국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참석해 기업에 압박 수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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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다른 이유 많아…“누구나 아는 가격, 실효성 의문”
고물가의 원인으로 높아진 외식가격 탓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넉 달 연속 3%대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6%의 상승률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품목은 공업제품(1.4%포인트 기여)이었다.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던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내 기름값이 영향을 받았다. 외식서비스 가격의 기여도는 0.69%포인트였다.
소비자 물가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인플레이션이 세계적 현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시중에 쏟아부은 돈도 물가를 자극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는 있지만, 정부는 또다시 국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식가격이 오른 것은 인건비 부담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의 ‘결과’인데, 이를 공표한다고 해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왜 가격이 올랐는지 ‘원인’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프랜차이즈 메뉴의 가격을 따로 공표하는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최근 외식가격의 경우 원재료 공급량이 부족해지며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수입 확대나 비축 물량 방출 등의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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