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무산 이후 처음 열린 21일 TV토론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질문 공세가 한층 거세졌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경제 구상을 꼬치꼬치 캐물었고, 윤 후보 답변에 대해선 “핀트를 못 잡고 계신 것 같다”, “깊이 고민을 안 하신 것 같다”는 박한 평가를 자주 했다.

안 후보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이 많다. 그런데 정권교체를 위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고 물으며 “(저는) ‘식물 대통령’이나 또는 ‘괴물 대통령’이 아닌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전날 윤 후보에 대한 단일화 제안을 전격 철회한 안 후보가 제3후보로서의 ‘독자 완주’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장면이었다.

21일 TV토론회가 열린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가 인사를 나눈 후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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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尹 발언에 ‘절레절레’…“깊이 고민 안 하신 것 같다”

이날 안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한 첫 질문으로 확장 재정정책과 금리 인상의 엇박자에 관해 물었다. 윤 후보가 “어려울 땐 이렇게 쓰지만 이게 지나가면 빨리 재량 지출을 줄여 건전성을 다시 확보해야 된다”고 답하자, 안 후보는 “말씀이 핀트를 못 잡고 계신 것 같다”고 했다.

“정부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는 안 후보 질문에 윤 후보가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보안사항도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답하자, 안 후보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이후 안 후보는 “국가 데이터 공개는 데이터 산업과 인공지능의 가장 근본”이라며 “(윤 후보가) 확실하게 이런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신 것 같아서 그 점이 굉장히 우려된다”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힘 윤석열 등 여야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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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도 각을 세웠다. 안 후보는 “(이 후보의 공약에 필요한 예산이) 1300조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비(非) 기축통화국에선 국채를 발행해도 외국에서 수요가 많지 않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재정운용을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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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여당 비판한 뒤 沈에 질문…李 “왜 본인 주장만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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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수차례 언성을 높이며 부딪혔다.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도 꽤 많았다. 윤 후보가 “여당 후보도 정부의 방역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대선에서 책임을 져야 된다”고 주장한 뒤 “이걸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물어본다”고 하자, 이 후보는 “발언자를 당사자가 지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가 “얘기해봐야 (이 후보는) 본인 얘기만 할 게 뻔해서”라고 다시 말을 끊자, 이 후보는 “윤 후보님, 그게 토론이다”라며 “내가 얘기하고 상대방이 반박하는 게 토론이죠”라고 맞받았다.

국가주도 4차 산업 정책 관련 대목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계속 이렇게 같은 생각을 (하느냐). 또 원래 생각을 잘 바꾸시지 않나”라고 공격하자 이 후보는 “다른 사람에 대해 아무 근거 없이 자꾸 음해하는 습관이 있으신 것 같던데, 검사 출신이니 합리적으로 근거를 가지고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이날 윤 후보가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의혹을 언급하고, 이 후보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대장동 녹취록’에 등장하는 A대법관의 실명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 후보가 “화천대유 관련해서 ‘그분’이 A 대법관이라는 게 확인됐다. ‘그분’이 이재명을 가리킨다고 페이스북에 써놓고 국민들을 속인 것인데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말하고, 윤 후보도 “A대법관이면 후보님은 면책되는 거냐”라고 답하면서였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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