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못 배우고 이기적?…코로나19 백신 불신론, 개인 아닌 정부 탓"[과학을읽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개인 책임론 목소리 높아져

실제 사례 보면 정부 책임이 더 커

신뢰도-만족도-편리성 등 제고 위해 더 노력해야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돌파 감염과 부작용이 다수 발생하면서 백신 불신론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백신 거부감을 갖는 개인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백신의 신뢰도ㆍ만족감ㆍ편의성 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전세계 각국 정부ㆍ의회ㆍ언론은 물론 연구자들까지도 공급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접종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개인들의 '백신 불신론'을 이유로 들고 있다.

가짜 뉴스에 놀아나거나 교육 수준이 낮은, 혹은 이기적인 개인들이 백신 불신론을 주도해 접종률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 학술 논문 사이트인 '웹 오브 사이언스'를 검색해 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출판된 백신 관련 논문 중 백신 불신론(hesitancy)이 함께 언급된 비율은 3.3%에서 8.3%로 급증했다. 또 2014년 이후 출간된 백신 불신론에 대한 논문 2600여건을 살펴 보면, 개인들의 교육 수준, 소득, 사회경제적 출신ㆍ배경, 정치적 소신과 소셜미디어의 가짜 뉴스 확산 등을 백신 불신론의 주 원인으로 꼽는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실제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이같은 '개인 책임론'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게 네이처의 분석이다. 예컨대 칠레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이 배포되기 전까지만 해도 남미에서 가장 백신 거부감이 높은 국가로 조사됐었다. 하지만 현재는 칠레 인구 전체의 89%가 접종을 완료해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접종율을 기록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도 사례는 있다. 호주는 1997년 어린이 면역력을 개선하기 위해 부모ㆍ의사들에게 재정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이후 어린이 백신 접종률은 3년새 84%에서 94%로 10%포인트나 뛰어 올랐다. 스웨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13년 어린이 홍역ㆍ볼거리ㆍ풍진(MMR) 예방 조사 접종율이 왜 낮은 지를 조사해 보니 학부모들이 백신의 위험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지만 접종 담당자들은 이같은 우려들을 해소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이에 스웨덴 보건 당국은 홍보대사 위촉, 교육 동영상 배포, 담당 인력 교육 등의 조치를 취했고, 이는 백신 접종률 향상으로 이어졌다.

호주의 경우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섬 지역 주민들의 백신 접종율이 다른 인종ㆍ지역보다 7~26% 낮았다. 이에 대해 호주 정부는 '개인들의 부작용을 우려한 선택'을 탓했지만 이는 예약없이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접근 편의성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과 백신 출시ㆍ공급 지연 등의 문제를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흑인들의 경우 지난해 초 백신 출시 후 약 5개월간 백인에 비해 14%포인트나 접종률이 낮았었다. 이에 대해 많은 매체들이 흑인들의 백신 거부감을 이유로 들었지만 흑인 사회 내부에서는 다른 요인을 거론하고 있다. 우선 미국 보건 당국은 백신 접종을 인종과 관계없이 취약 연령대를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이같은 접근 방식은 모든 연령대가 다 취약한 흑인ㆍ히스패닉 인종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흑인의 평균 연령이 백인 보다 훨씬 더 젊다. 위험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종들의 고연령자 접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흑인 거주 지역의 백신 접종 시설이 백인 거주지보다 더 적고, 흑인들이 컴퓨터ㆍ스마트폰 등 예약 수단도 더 적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경우 2017~2018년 아동들의 전염병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는데, 이는 수십년간 정치권의 비협조와 갈등ㆍ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의무 접종 이행률이 85%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사례들은 각국 정부들이 백신 접종율을 높이기 위해선 개인을 탓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반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백신 무료화는 물론 접종시 인센티브 제공, 가정 방문 또는 임시 접종소 설치를 통한 접근성 개선, 국민들의 의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이고 일관성 있는 홍보 활동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도 정부의 정책과 국민들의 백신 수용성 간의 상관 관계를 분석해 좀 더 세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14년 보고서를 통해 사람들이 백신에 거부감을 갖는 데에는 신뢰도, 만족도, 편리성 등 3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백신의 효과ㆍ안전성ㆍ전달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 백신 접종으로 겪을 수 있는 고통이 해당 질병의 위험성보다 낮다는 만족감도 필요하다. 가격ㆍ지리적 접근성 등 접종에 대한 다른 장벽을 낮춰야 한다.

네이처는 "백신 접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애고 일관성있고 신뢰감있는 홍보 메시지를 내도록 해 백신의 안전성ㆍ효과ㆍ공급 능력에 대한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