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팀, 비파괴 2차원 화학 성분 분석 결과 발표
운철 소재-제련 장소 '외국' 등 기존 학설 과학적으로 입증
이집트 투탕카멘왕의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단검.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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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황금 가면으로 유명한 이집트의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왕의 단검은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었다. 투탕카멘왕은 강철 제련술이 없었던 청동기 후기에 살다 죽었지만 뜻밖에 무덤에서 잘 제련된 운철 소재 단검이 부장돼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소재와 출처를 둘러 싼 의문이 제기됐다. 2016년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 즉 운철로 제작됐고, 출처는 외국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연구팀이 이 단검은 이집트의 라이벌 격이었던 터키 아나톨리아 지역에 성립됐던 미타니 왕국으로부터 유입됐다는 고대 문서의 내용을 확인하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마쓰이 다까후미 등 일본 연구팀은 이같은 논문을 지난 11일 국제 학술지 'Meteoritics & Planetary Science'에 발표했다. 투탕카멘왕은 기원전 1361년~1352년 재임한 후 사망했으며, 1920년대 진행된 무덤 발굴에서 그 유명한 황금 가면과 함께 녹슬지 않은 철 단검이 발견돼 화제가 됐었다. 청동기 후기 시대의 무덤에서 철 단검이 발견된 이례적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철 제련술을 갖게 된 것은 기원전 1200년경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6년 한 연구 결과 이 단검은 우주에서 온 운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져 미스터리 중 하나는 풀린 상태였다. 또 같은 연구에서 단검의 제조 장소도 이집트가 아니라 외국으로 추정됐다. 이집트 신왕조 시대 총독들이 왕에게 보냈던 공문서인 '아마르나 문서(Amarna letters)'를 분석해 이 단검의 출처를 확인한 것이다. 즉 이 단검은 당시 아나톨리아 지역에 소재했던 미타니 왕국의 왕이 투탕카멘왕의 할아버지였던 아멘호텝 3세에게 보낸 선물이었다. 아마르나 문서는 미타니 왕국의 투라타(Tusratta) 왕이 결혼 선물로 아멘호텝 3세(기원전 1417~1379년)에게 황금 칼집으로 장식된 철 단검 등을 보내왔다고 기록돼 있다.
파손된 투탕카멘 턱수염 복구완료. 사진=SBS 뉴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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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20년부터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서 이 단검에 대한 비파괴검사를 통해 성분 및 제련 방법을 조사해 앞선 연구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이 결과 단검 날의 표면에 분포된 니켈 원소가 운석에서 전형적으로 발견되는 비트만슈테텐((Widmanstatten) 무늬 모양으로 분포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비트만슈테텐 무늬는 우주에서 지구로 낙하한 운석의 절단면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직선 교차 패턴을 말한다. 특히 이같은 비트만슈테텐 무늬와 니켈 성분의 함유량을 감안할 때 이 단검의 소재는 옥타헤드라이트(octahedrite), 즉 운철(隕鐵)의 한 종류로 8면체 구조를 가진 철-니켈(Fe-Ni) 합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옥타헤드라이트는 운철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단검 날에 생긴 검은 반점들도 운철에 흔히 포함되는 트로일라이트(Fes)의 흔적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 이 단검이 섭씨 95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주조됐다는 점, 황금 칼자루의 접착 재료가 석고 대신 석회가 사용됐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집트에서 석회가 사용된 것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기원전 305~30년) 이후였다. 따라서 석회를 사용해 접착한 황금 칼자루는 외국에서 수입됐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고고학계에선 비록 청동기 시대지만 운철 소재로 유물들이 종종 발굴됐는데, 이중 가장 제작 연대가 오래된 철 단검은 2008년 터키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발굴됐 기원전 2300년께 제작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고고학계에선 일반 철보다 녹는 점이 낮은 운철을 소재로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약 4300년전부터 존재해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연구팀은 "투탕카멘왕의 강철 단검의 존재는 당시 이집트에 철 운석 제련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면 "비파괴 2차원 화학 성분 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는 아마르나 문서에 적힌 대로 단검이 투라타왕의 선물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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