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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安 접게 하겠다 제안” “이간계”… ‘단일화 결렬’ 폭로전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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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안 후보 접게 하겠다고

제안한 국민의당 인사 있었다”

安 측 “누구인지 밝혀라” 반발

“굴욕적 표현 쓰며 내부 이간계”

감정 싸움 양상에 尹 진퇴양난

세계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강원 춘천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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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측에 ‘안 후보를 접게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제안을 묵살한 것에 이중 플레이하는 것인가.”(국민의당 선대위 이태규 총괄본부장)

야권 단일화 협상 결렬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책임 다툼이 폭로전으로 번졌다. 국민의당 이태규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 대표로부터) 합당 제의를 받았다. 이벤트도 준비했다”고 물밑 협상 사실을 공개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한 이 대표의 도를 넘은 조롱을 “인격 문제”라고 성토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 협상의 끈을 놓지 않은 가운데, 협상 과정의 세부 내용까지 폭로되면서 야권의 분열상만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초 이 대표를 만나 합당 제의를 받았다. 안 후보가 깔끔하게 사퇴하고 이를 전제로 합당하면 국민의당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만들어 최고위원·조직강화특위·공천심사위원회 참여를 보장한다는 제안을 했다”며 “지난 11일 두 후보가 여수역에서 단일화 선언하는 이벤트도 준비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 대표가 안 후보의 서울 종로구 보궐선거나 부산 보궐선거 출마 의사도 타진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본부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앞서 이 대표의 ‘배신자 프레임’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열렸다. 이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야권 단일화 협상 결렬의 배경을 두고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 의사와 관계없이 ‘안 후보를 접게 하겠다’ 등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며 국민의당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본부장은 제안한 당사자로 자신이 지목된 것에 대해 “제정신이면 그런 말을 하겠느냐. 당사자가 누구인지 밝힐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연이은 안 후보 비판에 대해 “인격적으로 굴욕감을 주는 표현을 쓰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이 대표가 공당의 대표라서 말 안 하는 것도 있지만, 본인의 인격의 문제”라며 “내부 이간계를 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 본부장은 다만 안 후보에게는 이 대표의 제안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했다.

세계일보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달 초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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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부장은 물밑 조율 과정에서 이 대표가 윤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한 사실까지 공개했다. 그는 “윤 후보는 인사 그립을 강하게 잡으려는 사람이다. 총리직을 노리는 중진이 많아서 공동정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윤 후보 측근 누구를 조심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조언도 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단일화) 헤게모니를 이 대표가 갖고 싶어했던 부분에서 본인의 의지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대표 측은 이 본부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안 후보 측의 단일화 조건이 매번 달랐으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반박했다.

단일화와 사태 봉합의 키를 쥐고 있는 윤석열 후보는 침묵하고 있다. 양측이 결렬 책임을 놓고 감정싸움으로 번지자 윤 후보의 정치적 행보가 그만큼 좁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안 후보 사이의 회동도 지연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장제원 의원 중재로 두 후보가 만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소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는 단일화의 공식 채널도 아니었으며 후보의 의사를 뛰어넘어 이 대표가 단일화 의제를 주도한 것에 대한 불쾌한 반응도 나왔다. 선대본부의 한 관계자는 “단일화는 후보 간 결단의 영역이다”며 “이 대표와 또다시 갈등을 빚고 싶지 않지만, 안 후보를 품어야 하는 윤 후보 입장에서는 양자택일의 딜레마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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