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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르포]"막말 현수막은 아니죠" '법카 소고기', '무당 나라' 시민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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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尹, 빙하타고 온 둘리" 정치 초보 지적

윤석열 "대장통 몸통, 이완용" 날 선 비유

"법카로 산 초밥 10인분, 소고기 누가 먹었나"

"살아 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들"

선관위, 표현의 자유 폭넓게 허용하며 '막말 현수막' 우려

아시아경제

선관위가 최근 "법카로 산 초밥 10인분, 소고기는 누가 먹었나" "살아 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들에 나라를 맡기시겠습니까" 등의 문구를 현수막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소위 '네거티브 현수막'을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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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현수막은 안 볼 수 없잖아요, 거기에 또 막말 적히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25일 서울 강북구 한 번화가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대선 정국에서 불거지는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국민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하겠다는 얘기는 잘 기억이 안나고, 서로 막말을 주고받은 것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김 씨는 "현수막에 또 막말이 적혀있는 것을 보면, 정말 질릴 것 같다"고 비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법카로 산 초밥 10인분, 소고기는 누가 먹었나" "살아 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들에 나라를 맡기시겠습니까"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 "무당도 모자라 신천지가 웬 말이냐" 등의 문구를 현수막에 인용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세장은 물론 TV토론회에서 사실상 막말에 가까운 네거티브 공방이 연일 이어지는데, 현수막에 담기는 내용까지 네거티브로 흐르면, 국민을 위한 정책 대결은 사실상 실종 아니냐는 푸념이다.

선관위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선 선거운동에 사용되는 현수막이나 피켓의 운용 기준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그 대상이 누구든지 공정하고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문구 허용과 관련된 조항인)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간주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과 제도개선 요구가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서는 선관위는 정당 현수막에 '내로남불', '봄'과 같은 단어를 제한해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관련해 선관위는 "정당·후보자와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는 법 제90조가 조속히 개정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네거티브 공방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답답함이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팍팍해진 살림살이를 어떻게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등 비전을 제시하며 건전한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각종 의혹 등을 꺼내며 막말에 가까운 난타전만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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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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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25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그 과정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두고 이 후보는 윤 후보를 가리켜 '빙하타고 온 둘리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이미 했는데 'NSC 회의 하라'고 주장하신 것도 봤는데, 시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며 "시중에선 (윤 후보에게) '빙하 타고 온 둘리 같다'고 하는 말이 있던데 혹시 들어보셨느냐"고 비꼬았다.

정치 분야 토론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를 빗대어 친일파 이완용에 비유했다. 윤 후보는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의 녹취를 인용하며 이 후보를 '대장동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가 지난 2012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윤 후보를 언급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도 윤 후보이고 저축은행 수사에서 봐준 것도 윤 후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그는 "이는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면서 "당시 대구 고검 좌천 가서 앉아 있었는데 어떻게 몸통이 되는가? 상식적으로 말되는 얘기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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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도심 한 횡단보에 설치된 현수막.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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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을 시청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책 대결이 아닌 상대방 지적에 몰두하는 대선 후보들의 모습을 보고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누가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제 대장동이니 저축은행이니 좀 정리하고 정책 대결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대 자영업자 박모씨는 "자영업자를 위한 뭘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토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것 같다"면서 "TV를 통해 상대를 공격하고 표를 달라고 하는 모습만 기억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현수막에도 막말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를 위한 목소리는 어디에서 듣냐"고 토로했다.

시민들의 우려와 같이 현수막에 막말이 적히는 '네거티브 현수막'까지 도심 곳곳에 걸리면 대선판을 더욱 혼탁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 속에서 시민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라도 네거티브를 중단하고 정책 대결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금 대선과 관련해) 조금 더 차분하게 선거가 진행이 되고 네거티브라든가 상대에 대한 비방 폄하 보다는 정책 경쟁 위주로 가고 비전 경쟁 위주로 가고 그렇게 가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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