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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회색지대 전략+대대급 전술단… 러 '전광석화' 우크라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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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공 개시 이틀만에 수도 키예프 진입

    전쟁 장기화시 미군 등 개입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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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오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전차가 질주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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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주) 지역을 시작으로 전면 침공에 나선지 약 30시간 만에 수도 키예프에 진입했다. 25일 현재 키예프에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군 간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으나, 현재로선 우크라이나의 패색이 짙어 보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이처럼 파죽지세로 키예프까지 진격할 수 있었던 건 풍부한 전쟁경험을 바탕으로 전투력과 전략·전술능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에 따른 인명피해가 커질 경우 서방국가들의 군사적 개입 또한 현실화되면서 사태가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격화한 건 이달 24일이다. 그러나 그 '준비'를 겸한 작전활동은 적어도 작년부터 계속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러시아 군이 '회색지대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며 "전쟁 개시 전에 심리전과 사이버전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무력화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회색지대 전략'(Gray Zone Strategy)은 전쟁이란 '레드라인'(한계선)보다 낮은 수준의 도발을 점진적으로 펼쳐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공격의 의도와 동기를 애매하게 포장함으로써 상대의 대응 수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접경지에선 작년 11월부터 러시아군의 '특이동향'이 포착됐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당시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부인하며 '병력을 늘리는 건 오히려 우크라이나'라고 주장했다.

    이후 러시아군은 군사훈련을 이유로 접경지에 집결했고, 돈바스에선 이달 16일 즈음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반군 간의 교전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때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반군의 '자작극'이라고 맞섰다. 러시아 측은 그동안 반군들을 물밑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돈바스 지역 내 분리주의자들일 수립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인정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고, 이튿날엔 이 지역 '평화유지'를 이유로 의회로부터 파병 승인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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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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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대통령은 이때까지만 해도 "당장 군대를 보내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4일 시작됐다. DPR과 LPR로부터 요청이 있었단 이유에서다.

    러시아 측은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점령 계획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현 대통령을 축출하고 친러시아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목적에서 벌어진 일"이란 게 국내외의 일반적인 평가다. 젤렌스키 정부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추진은 러시아에 '눈엣가시'가 돼왔다.

    올 들어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용병들의 우크라이나 내부 활동이 늘어났단 보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내부 불안을 조장하고 침략 구실을 만들기 위해 '심리전' 활동을 벌여왔을 수 있단 점에서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과 함께 우크라이나 정부기관·은행 등 수십 곳은 사이버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자신들이 이번 사이버공격의 배후란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발표한 직후 키예프를 비롯해 하리코프, 오데사,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기반시설과 방공체계, 군 공항, 항공기 등이 순식간에 무력화됐고, 러시아군은 신속히 키예프 인근까지 진격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러시아는 과거 체첸, 조지아 등과 전투를 치르면서 한계를 느껴 2008년 대규모 국방개혁을 시작했다"며 "이후 핵심적으로 나온 게 '대대급 전술단'(BTG) 형태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BTG'는 러시아군이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과 2015년 시리아내전 개입을 거치며 효과를 검증한 부대 운용 편제다. 전차·장갑차·야포 등을 갖춘 병력 600~800명이 1개 대대를 구성해 적에게 신속하게 치명적 피해를 준 뒤 이동하는 방식이다. 러시아는 총 170여개 부대에 이르는 BTG 가운데 약 100개 부대를 이번에 우크라이나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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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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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위원은 "각각 높은 화력을 갖췄으면서도 독립 작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훈련된 대대를 활용하면 신속한 배치전환과 작전 전개가 가능하다"며 "이런 대대들을 중첩 배치하면 여단급 작전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어 우크라이나군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회색지대 전략'과 'BTG' 활용을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의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선 대규모 인명 피해 발생 여부,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 의지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나토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일방적' 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 군대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이달 순회의장국 지위를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유엔 차원의 공동 대응이 이뤄지기도 어렵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번 무력침공으로 민간인을 포함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명분으로 전쟁에 개입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위원도 "우크라이나 전 국민이 뭉쳐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하는 게 러시아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사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 여론 또한 계속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군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해 '단기전'을 목표로 이번 전쟁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의 비롯한 우크라이나 지도부 무력화가 러시아군의 최우선 목표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러시아의 전신 옛 소련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도 제일 먼저 하피줄라 아민 대통령을 사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들의 항전을 독려하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정전협상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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