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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120일 고수한 '누더기 방역패스', 4일만에 중단 결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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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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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4일 오전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푸드코트 입구에 '60세 미만 방역패스 제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날 대구지법은 대구시민 300여명이 '식당·카페 등에 대한 방역패스를 정지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효력을 일시 정지하라"며 시민의 손을 들어줬다. 2022.2.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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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반발과 동시다발적 소송으로 이미 누더기가 된 방역패스가 결국 중단된다. 지난해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작과 함께 도입된지 120일 만이다.

정부는 '감염시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미접종자 접종 유도'를 이유로 지난 24일까지만 해도 중단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갑작스런 입장 선회다. 표면적 배경은 '고위험군·자율방역 중심으로의 방역체계 개편'과 '방역패스 해제 법원 결정이 난 지역과의 형평성'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 등의 문제제기도 고려했다"는 발언이 당국 관계자 입에서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반영한 방역 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20일만에 방역패스 사실상 퇴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 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방역패스 조정방안을 보고 받고 방역패스 잠정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모든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잠정적으로 중단된다. 현재 방역패스를 적용 중인 11개 다중이용시설과 감염취약시설, 50인 이상의 모임, 집회, 행사에 대해서 다음 달 1일 0시부터 별도 발령 시까지 방역패스 적용이 중단된다. 4월 1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청소년 방역패스도 시행을 중단한다.

3월 1일부터 보건소의 음성확인서 발급도 전면 중단된다. 3월 1일부터 방역패스 외 목적으로 음성확인이 필요한 경우는 민간의료기관에서 음성확인소견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잠정적으로 중단된 방역패스의 재개 시점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발생할 경우'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거나 하는 등 상황 변화가 없는 한은 계속 중단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약없이 방역패스를 중단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따라 방역패스는 도입 120일만에 중단된다. 방역패스는 지난해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도입됐다. 목적은 미접종자의 접종 유도를 통한 감염 보호였다.

도입 당시 방역패스는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과 경마·경륜·경정·카지노업장 등 5개 시설에 적용됐다. 이후 확진자가 늘어나자 지난해 12월 6일부터 △식당·카페 학원△영화관·공연장 △독서실·스터디카페△멀티방(오락실 제외)△PC방 △(실내)스포츠경기(관람)장 △박물관·미술관·과학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안마소 등 11종이 추가됐고 지난달 10일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도입됐다.

이 과정에서 자영업·소상공인을 중심으로한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반대 집회가 연이어 열렸고 각종 소송에 직면해 학원, 독서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는 방역패스 적용이 철회됐다. 대구에서는 60세 미만의 식당·카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정부는 현재 총 18건의 방역패스 관련 소송에 휘말린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120일 만의 방역패스 중단 관련, 고위험군·자율방역 중심으로의 방역체계 개편에 발맞춘 결정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방역패스 중단이 결정돼 연령·지역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한정된 보건소 자원을 고위험군의 검사와 확진자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중단할 필요성과 예방접종률이 향상돼서 방역패스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커진 상황을 고려했다"며 "법원 판결에 따라 지역적 혼란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건소(선별진료소,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일평균 25만건 가량의 신속항원검사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은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한 것으로 나타나 보건소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 당국 설명이다. 때문에 일 확진자가 17만명 이상까지 급증하고 있어 한정된 보건소 진단 검사 자원을 고위험군인 확진자와 동거인 검사에 집중할 필요가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결정…결국 대선 전 여론 눈치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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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과 4일 전만 해도 정부는 방역패스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구지법의 식당·카페 방역패스 효력정지 판단에 항고를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어느 정도 (유행이)안정화되면 방역패스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오미크론 정점을 겪은 국가들보다 한국은 접종률이 높았고 추가 접종률 제고를 위해 방역패스를 추진해야 할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접종률 제고'를 위해 방역패스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던 만큼, 갑자기 방역체계 개편을 근거로 방역패스를 중단할 근거 역시 없다는 뜻이다. 고위험군·자율방역 중심으로의 방역체계 개편에 발맞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면 이미 오미크론 확산 탓에 '3T(검사·추적·치료)' 방역을 '셀프 방역'으로 전환한 시점에 방역패스 해제를 추진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감안한 결정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당국 관계자를 통해서도 여론을 일부 감안한 결정인 점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치권과 언론 등의 문제제기도 지속돼온 점을 고려해 방역패스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들의 거리두기 피로감과 자영업자 반발을 감안해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방역완화 신호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방역을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60%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백신접종이 시작되더라도 방역을 위해 거리두기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에 70%가 찬성했던 조사와 비교하면 상황은 반전됐다.

거리두기 완화와 '셀프 방역'에 이어 방역패스 중단까지 지속적으로 나온 방역완화 신호가 아직 정점이 어딘지 모를 오미크론 대유행의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패스도 언젠가는 중단돼야 할 조치이지만 연속적인 (방역완화)조치들이 이뤄지기 때문에 우려된다"며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중증화율을 비교하면 접종 효과가 명백하기 때문에 방역패스가 중단되더라도 접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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