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아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 질서에 영향 주는 심각한 사태"…중국 의식
'우크라 침공' 러시아 추가 제재 발표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주목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행사에 나서면 일본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런 대응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푸틴 자산동결·러시아 은행 SWIFT 배제…신속한 제재
일본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자 이틀 뒤 첫 대(對) 러시아 제재를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러시아 정부 또는 정부 기관이 발행하거나 보증하는 새로운 채권의 일본 내 발행 및 유통을 금지한다고 직접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다음날 기시다 총리는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제재를 강화한다"며 추가 제재를 공개했다.
그는 러시아 개인·단체에 대한 자산 동결과 비자(사증) 발급 정지, 러시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동결, 러시아 군사 관련 단체에 대한 수출 및 규제리스트 품목이나 반도체 등 범용품 러시아 수출에 관한 제재 등 3가지를 신속하게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와 비교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4년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실효 지배가 확인된 시점에 러시아 제재를 단행했는데 당시 일본은 열흘 이상 관망했지만 이번에는 G7과 보조를 맞춰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7일에는 제재 대상에 푸틴 대통령을 직접 올렸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로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결단코 용서할 수 없고 강하게 비난한다"며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에 대해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요청을 받아들여 러시아의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EU, G7 등과 보조를 맞추는 형태이긴 했지만, 이틀에 한 번씩 제재 수위를 높여가면서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급등하자 일본은 또 미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과 함께 전략비축유 방출에도 동참했다.
아울러 일본이 확보한 액화천연가스(LNG) 일부를 유럽에 융통하기로 하는 등 미국, 유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센카쿠 열도 |
◇ 러시아 침공 놔두면 중국이 대만에 무력 행사할까 우려
이처럼 일본이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이 사태가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만 정세가 급변하면 근처에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일본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질서에 영향을 주는 매우 심각한 사태"라며 "아시아를 포함한 타지역에서도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G7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형태로 함께 강하게 발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으나 이는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그간 일본 정부는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비판할 때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 왔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도 우크라이나 정세와 관련해 "유럽의 안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 등을 염두에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현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침공하면서 현상을 변경하려 함에 따라 중국이 비슷한 행동을 벌일 수 있다고 외부에서 우려한다"며 "중국이 대만을 침범한다면 대만의 유사(有事·비상 사태)가 곧 일본의 유사라는 견해를 다시 한번 피력한다"고 경계감을 보였다.
팔꿈치 인사 나누는 미일 정상 |
◇ 바이든 "기시다 리더십에 감사"…미국, 일본과 밀착
일본은 러시아 제재에 적극 나서면서 동맹인 미국과 더욱 밀착하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대응에서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에 특히 감사한다"며 "일본의 강력한 대응은 러시아의 불합리하고 부당한 공격에 대해 국제사회가 연대해 맞서는 메시지가 됐다"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유럽에 대한 LNG 융통, 대 러시아 금융 제재와 수출 관리 조치를 언급하면서 협력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개월 안에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나 지극히 중요한 미일 동맹을 전진시키기 위해 계속 함께 일해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회의를 위해 5월 후반 일본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미일 양국이 조율 중이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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