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강력대응 방침…유럽, 아킬레스건 가스차단 우려
금속·밀 이어 첨단기술 핵심소재까지 수출규제 가할 수도
2019년 6월 5일 러시아 레닌그라드 지역에서 러시아-독일 직결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경제보복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에 세계 각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가능성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거나 급격히 줄일 경우다.
2일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동맹국, 우방의 제재 규모가 더 커지고 강도도 높아짐에 따라 대응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제재에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문제는 모스크바가 보복을 할지와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라며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가 유럽의 가장 아픈 지점을 때릴 것이란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해설했다.
이론상 유럽연합(EU)은 러시아와의 경제전쟁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EU의 경제 규모가 러시아의 10배에 이르는 데다, 러시아 대외수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지만 EU의 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한 까닭이다.
하지만, 에너지로 분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유럽이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40% 이상이 러시아산이어서다.
2006년 12월 29일 벨라루스 야말-유럽 가스 파이프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러시아가 실제로 천연가스를 무기화해 경제 보복에 나선다면 독일과 이탈리아가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각각 50%와 40% 안팎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슬로베니아·슬로바키아는 천연가스 사용량의 60%, 폴란드는 80%, 불가리아는 전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쓰지 않고, 벨기에와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의존도는 10% 미만이다.
이처럼 처한 상황이 다른 탓에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지렛대'로 삼으려 든다면 EU 회원국 간에 입장이 갈려 대러 전선에 균열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실제, 러시아의 천연가스 보복에 취약한 국가로 꼽히는 독일과 이탈리아는 러시아를 국제결제망(SWIFT)에서 퇴출하는 방안에 최초엔 반대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미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4일 하루에만 60%가 오르는 등 연일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은 물가상승을 견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충격에서 간신히 회복 중인 유럽 각국의 경제를 다시 수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5년 독일 반도체기업 인피니언의 뮌헨 공장에서 작업하는 직원들. [EPA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밖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각종 산업용 금속과 곡물, 반도체 제조용 희소가스 등도 서방을 겨냥한 경제보복에 사용될 수 있는 품목으로 꼽힌다.
호주 싱크탱크 전략정책연구소(ASPI)는 "러시아는 알루미늄과 니켈, 티타늄, 팔라듐 등 첨단기술 영역 핵심 소재의 주요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소가스의 최대 수출국"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네온과 아르곤, 크립톤, 크세논 등 희소 가스의 주요 공급 국가로, 특히 네온은 전 세계 사용량의 7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소재를 제품 생산에 활용해 온 세계 주요 기업들은 일찌감치 재고 확보에 나섰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거나 러시아가 해당 품목을 대서방 맞불 제재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생산단가가 상승하는 등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밀도 중요한 품목으로 꼽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세계 1위, 5위 밀 수출국이다. 두 나라가 수출하는 밀은 전 세계 밀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ASPI는 "비록 서방이나 아시아 경제국처럼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이 통합돼 있지는 않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연결을 끊는 건 그들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희생이 뒤따르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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