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로 막을 계엄" 관측까지…학교에선 '우크라 해방작전' 교육
과학자 수천명 철군 촉구…거리에 나선 반전시위자 7천400명 체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자국 내 반전여론을 입막음하기 위해 잇달아 강경한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양심적인 시민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가뜩이나 언론 자유에 인색한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언론 통제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관영매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젊은 병사들이 전쟁터에 투입된 이유를 합리화하는 메시지를 쏟아낸다.
정부의 지원과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매체들에도 '침략'이나 '공격'과 같은 표현을 금지하는 보도지침이 떨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줄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고 군사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주장해 왔다.
거리에서는 러시아 경찰이 주요 도시 곳곳에서 열린 반전 집회를 물리력으로 해산하고 시위자들을 체포했다.
애초 며칠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된 침공이 1주일을 넘어가자 언론 통제는 더 세졌다.
의회에서는 허위정보로 판정되는 내용을 온라인에 게재하는 이들에게 징역 15년형을 가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교육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해방 작전'으로 묘사하는 영상 교육물을 3일 전국 학교에서 일제히 방영하기로 했다.
대표적 진보 라디오 방송국인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는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처음으로 전날 송출이 차단당했다.
러시아 당국은 대중이 전쟁 실태를 보지 못하도록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도 억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련의 조치는 러시아군 전사자 정보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 뉴스 등이 구체적으로 전해져 반전여론이 자극받을 것을 우려한 강수로 관측된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언론과 진실을 겨냥한 전면전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반전시위 참가했다가 체포되는 러시아인 |
러시아 내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련 붕괴 이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반정부 인사 탄압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돈다.
푸틴 대통령을 연구해온 학자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의회가 누구에게나 열린 인터넷을 차단하고 시위를 금지하며 국민의 출국을 막기 위해 이번 주에 계엄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탄압이 예고됐다고 판단해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독립 방송국 '도쉬티'의 주요 직원들은 전날 자사 웹사이트가 막히자 위협을 느껴 출국했다.
이런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러시아에서는 전쟁 실태를 알리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자와 과학기자 수천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이 "부당하고 몰지각하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매체 'TRV 사이언스'를 통해 기명으로 배포된 성명서에는 러시아과학원에 소속된 주요 학자 25명 등 유력 인사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유럽에 새 전쟁을 촉발한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며 "전체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고립될 운명을 자처했다"며 "우리 과학자들도 더는 우리 일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활동가 단체인 'OVD-인포'에 따르면 반전 집회에 나섰다가 체포된 시민들도 전쟁 개시 후 이날까지 전국을 통틀어 이날까지 7천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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