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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러시아에 외국은행 '물린' 자금만 146조…회수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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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펀드·ETF 보유 러 주식·채권도 85조…증시 거래중단에 매각도 못해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국제적으로 고립돼가는 가운데 러시아에 막대한 자산을 투자한 글로벌 기업·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가 경제 제재에 맞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 회수를 막으면서 최소 수백조원대로 추산되는 러시아 내 투자 자산을 '손절'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외국 은행들의 러시아 시장에 대한 금융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가 작년 9월 말 기준 1천200억달러(약 145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은행들의 러시아 익스포저가 각각 250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 은행들의 익스포저가 147억달러로 나타났다.

미국의 뮤추얼펀드·상장지수펀드(ETF)들도 1월 말 현재 710억달러(약 85조4천600억원) 이상의 러시아 주식·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금융정보회사 모닝스타는 추산했다.

이와 관련해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러시아 채권은 약 790억달러(약 96조원)에 이른다.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 중에서도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지분 19.75%를 보유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익스포저가 250억달러(약 30조3천900억원)에 달했다.

또 엑손모빌(40억달러), 셸(30억달러) 등 다른 글로벌 석유기업들도 러시아에 투자한 수조원 단위 투자를 회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방이 제재에 착수한 이후 러시아 당국이 외국인의 러시아 내 자산 회수 제한, 1만달러(약 1천200만원) 초과 외화 국외 반출 금지, 러시아 증권시장 거래 중단 등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쏟아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려움에 부닥쳤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투자한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러시아 증시가 문을 닫은 가운데 러시아 주식을 팔아야 하는 난제에 봉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일부 운용사는 고객들이 러시아 익스포저에 대한 우려로 투자금을 빼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이번 주 내내 증시 거래를 중단했을 뿐 아니라 외국 투자자의 증권 매각도 금지했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이 러시아 주식을 팔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보유한 현금을 내주거나 다른 자산을 팔아야 한다.

그 결과 유동자산이 그만큼 줄면서 러시아 자산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오르기에 운용사에는 '이중고'라고 WSJ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펀드의 비(非)유동 증권 보유 비중을 15% 이하로 제한한 현행 한도 규정을 풀어주거나 환매 규정을 완화해달라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건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 자산을 보유한 뮤추얼펀드에서 지난달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예컨대 운용사 인베스코의 '성장시장 펀드'의 지난달 순유출액은 3억4천800만달러(약 4천189억원)를 기록했다. 이 펀드의 러시아 주식 비중은 작년 말 현재 7.9%였다.

블랙록, 반에크, 프랭클린리소스 등도 러시아에 투자한 ETF에서 최근 급격한 투매를 겪었다.

러시아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시장 지수에서 퇴출당한 점도 이들 운용사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은 러시아 증시가 MSCI 지수에서 제외된 만큼 러시아 주식을 팔아야 하지만 현재로선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블랙록자산운용
[블랙록자산운용 제공]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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