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러시아·우크라 채권 저가매수…셸, 러시아산 원유 샀다가 '뭇매'
영국 내 러시아 부자들 부동산 줄줄이 매물로…EPL 첼시 구단도
6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부 서방 국가 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국채의 헐값 매수에 착수했다. 양국 간 전쟁이 종식되면 국채 가격이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금융회사 '그래머시 펀드 매니지먼트'는 우크라이나 국채가 이달 2일 급락하자 이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로버트 코닉스버거 그래머시 창업자는 국채 가격이 더 내려갈 위험이 있으나 가격이 반등해 이익을 볼 기회를 놓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채를 매입하는 투자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달러화 표시 국채 가격은 이달 2일 현재 1주일 전보다 82%나 폭락했다.
러시아 국채에 관심이 있다는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현재 러시아 국채 가격이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을 때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가격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단, 문제는 러시아 국채를 구하기 힘들다는 점으로, 그는 자신이 발견한 러시아 국채 매물이 액면가 기준 500만달러(약 60억원)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국채 매매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일부 월가 투자은행(IB)들도 러시아 회사채 매입에 나섰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이 최근 들어 러시아 관련 기업들의 회사채를 사들였다고 블룸버그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과 러시아철도공사(RZD)와 같은 기업의 회사채를 시장에서 찾으려 했으며, 러시아 국채 입찰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지난 3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기업의 회사채 2억달러(약 2천407억원)어치를 매매했다고 고객들에게 알렸다.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이익을 챙기는 것이 월가의 오랜 관행이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전 세계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어 이런 매매가 자칫 평판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영국·네덜란드 에너지 기업인 셸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셸은 지난 4일 러시아산 우랄산 원유 72만5천배럴을 기록적으로 싼 가격에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외신들은 이번 매매로 셸이 2천만달러(약 241억원)가량 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
셸은 러시아 원유 구매가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원조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셸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면서 "당신에게는 러시아산 원유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의 피 냄새가 나지 않는가"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러시아 부자들이 많이 사는 영국에서도 이들이 보유한 매물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부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리파이낸싱(새로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는 차환)하려고 하는데 은행들이 대출을 거절에 부동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크리스 브라이언트 의원이 의회에서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런던에 있는 부동산을 매각하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언급한 부동산은 켄싱턴 팰리스 가든의 맨션과 첼시 워터프런트의 펜트하우스라고 전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2일 자신이 소유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측근' 첼시 구단주 아브라모비치, 20년 소유한 첼시 매각 결정 |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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