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반군이 장악해 분리독립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탱크들이 지난 3일(현지시간) 정부군을 향해 공격을 가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소재 유류저장시설이 포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타스·로이터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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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6일(현지시간)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가스 제재 가능성과 맞물려 13년 만에 최고가인 배럴당 130달러 선까지 일제히 치솟았다.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공급난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값과 증시도 급락했다.
우크라이나발 시장 공포 심리 확산에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전날보다 18% 급등해 배럴당 139.13달러를 기록했다가 13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장중 13% 오른 130.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치다.
미국·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초강력 제재를 검토하고 이란 핵 협상 타결 지연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에 충격을 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원유 가격 인상과 리비아의 생산량 감소도 원유 가격에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시중 주유소 휘발유값마저 갤런당 평균 4달러로 뛰어올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CNN에 출연해 "조 바이든 대통령 및 각료들과 지난 4일 러시아 석유에 대해 전화 통화를 했다"며 "전 세계에 원유를 적절히 공급할 수 있는지 확인하면서 유럽 동맹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협력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하루 500만배럴 이상 공급 감소로 나타나고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7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이날 한때 전장 대비 79.2% 뛴 MWh(메가와트시)당 345유로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탓에 전날 종가(1214.2원)보다 12.9원 하락한 1227.1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0년 5월 29일(1238.5원)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2.29% 하락한 2651.31에 마감했다.
7일 러시아 정부는 자국에 가한 경제·금융 제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국가와 함께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서 비우호국의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하는 것이 허용된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서울 = 한예경 기자 / 김유신 기자 / 차창희 기자]
세계 2위 러시아산 원유 퇴출…'3차 오일쇼크' 공포 커진다
국제유가 130달러 돌파
美·유럽 수입금지 조치 논의
韓정부, 동참 안하기로 가닥
러시아 민간인 공격 계속되자
물가 압박에도 초강경 제재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문학축제` 측이 조직한 우크라이나 반전시위에서 한 참석자가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금지 조치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 = 연합뉴스]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로부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때 브렌트유가 2008년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139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우리나라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제재에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이 모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NBC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내각에 석유 이동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유럽 국가들과 매우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수 조치는 '대러시아 제재'의 핵심이지만 전 세계 경제에 오는 충격을 고려해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해서 잔인해지자 이 카드까지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영국의 답은 즉각적이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공 행위는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며 "푸틴의 자금줄인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이날 싱가포르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20% 폭등한 배럴당 139.13달러를 기록해 140달러에 근접했다.
당분간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로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 전망치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는 전 세계 수출량 가운데 11%를 담당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공급이 500만배럴 이상 감소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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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러시아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3개월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의 대니얼 예긴 부회장은 "'3차 오일쇼크'로 불릴 만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에도 유가 상승은 골칫거리다.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 안정과 러시아 석유 수입금지라는 두 가지 상충되는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라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에너지 수급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러시아 항구를 이용하는 카자흐스탄의 원유 수출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 핵 협상은 한때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러시아 측에서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와 이란 간 협력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서면 보증을 요구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이 밖에 베네수엘라와 리비아가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카드이지만 이들 국가도 정치적 상황으로 당분간 생산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이 실제로 실행될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정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큰 타격을 주는 위험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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