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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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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러 원유 제재에 국제유가 출렁…韓 산업계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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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국제유가 2008년 이후 최고

서울 휘발윳값 2천원대 눈앞…정유·화학·항공·해운 비용 부담 커져

연합뉴스

미국,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백악관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국제유가가 또다시 출렁였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 변동에 따라 산업계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미 고유가인 상황에서 이번 제재로 국제 유가가 더 오를 경우 피해가 가중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석탄을 수입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원유 수입 제재는 유가 급등을 초래해 미국에도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러시아 경제 고립을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영국 역시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 수출국이며, 하루 450만 배럴가량의 원유와 250만 배럴가량의 원유 관련 상품을 수출한다.

미국과 영국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 소식에 수급 차질 우려가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때 배럴당 129.44달러까지 올랐다가 결국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4.30달러(3.6%) 오른 것으로,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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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 2천원선 눈앞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유가 상승효과는 해외에서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기름값으로 전가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9일 오전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19.5원 오른 L(리터)당 1천880.1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3월 이후 8년 만에 최고가다.

이날 제주 지역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1천970원으로 2천원선 돌파를 목전에 뒀고, 서울 역시 1천953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미 휘발유 가격이 2천원을 넘은 주유소도 여러 곳이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통상적으로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선행지표인 국제유가 추이를 따라가는데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국내 휘발유 가격도 당분간 계속 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내 산업계에 전방위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나프타(25.3%)이고, 두 번째가 원유(24.6%)였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제재에 대해 동참 여부는 각국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수급 차질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당장 대체 수급처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5%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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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재고 이익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실제로 정유사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배럴당 5.7달러로, 전주(6.9달러)보다 1달러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항공·전자 등 다른 업계도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따라 비용 부담이 커졌다.

화학업계의 원재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추출되는데, 국제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도입 가격은 연일 오르고 있다. 이달 첫째 주 나프타 현물 가격은 톤(t)당 1천23달러로, 전주보다 26.9% 상승했다.

수요 위축을 우려하는 화학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만큼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도 연료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고, 전자·반도체, 배터리 업계 역시 물류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흥국증권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경제 규모 대비 원유소비량이 가장 커 유가 상승과 변동에 악영향을 받는다"며 "원유 소비량이 큰 국내 산업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있고, 국내 경제의 하방리스크도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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