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ASA, 유럽ESA, 위성 관측 등 연구 본격화
사진 출처=미국 항공우주국(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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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녹아 내리고 있다. 향후 수십년 내에 영구동토층에 묻혀 있는 온실가스나 전염병 바이러스 등이 빠져나와 인류가 큰 위기를 겪을 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 정밀 탐사 위성을 통해 실태 파악 및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0일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북극 등 지구의 영구동토층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양의 메탄 가스와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는 물론 고대의 전염병 바이러스, 살충제로 독성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 DDT 등 고위험성 화학물질들이 묻혀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이같은 온실가스ㆍ바이러스ㆍ화학물질 등이 대기 중으로 확산되거나 인간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실린 캘리포니아공대 제트추진연구소 연구팀의 논문은 이같은 위험성을 잘 설명해 준다. 북극 동토층에 1조7000억㎥ 규모의 탄소가 저장돼 있는데 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사용된 화석연료 배출된 탄소 양의 무려 51배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동토층이 녹으면서 향후 100년 내 이처럼 엄청난 양의 동토층 내 이산화탄소, 메탄 가스 등이 지구 대기권으로 퍼져 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영구동토층 해빙과 그로 인해 생긴 지면의 균열 등으로 대기 중으로 탄소가 방출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구동토층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얼어붙은 채 매장돼 있는 데, 기온이 높아져 녹으면서 부패하면 메탄 가스ㆍ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킴벌리 마이너 NASA 제트추진연구소 기후과학자는 "현재의 예측대로라면 우리는 앞으로 100년 내에 대기중으로 이같은 탄소들이 방출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20년 내에 급격한 방출이 이뤄지는 것이며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규모 탄소 배출이 실제 진행될 경우 북극의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지구 전체의 기후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극은 차가운 공기를 저장, 유통시켜 다른 곳의 기후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물리적인 피해가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핀란드 오울루대(University of Oulu) 연구팀은 영구동토층 침식으로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수도관이 파열되고 거주지가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러시아의 한 도시에서는 건물 80%가 영구동토층 침식에 피해를 입었다. 이번 세기말까지 각종 시설 수리, 복구 등 비용이 수백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러시아 북극 지역 노릴스크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의 원인도 영구동토층 침식으로 인한 화석연료 발전소 붕괴였다.
또 네덜란드 바헤닝언대(Wageningen University) 등 연구진은 북극권에 위치한 툰드라의 식생이 기후위기에 적응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가 호수의 물을 증발시켜 건조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구동토층에 묻혀 있던 동물ㆍ인간 사체 등에 남아 있던 전염병 바이러스가 해빙으로 인해 드러나면서 전파되는 등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 2016년에는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순록의 사체에서 탄저균이 퍼져 1명이 죽고 수십명이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지상 관측, 항공ㆍ위성 사진 촬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영구동토층의 해빙 현황을 관찰하면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위성으로 북극 각 지역의 지표면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측정하려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유럽우주청(ESA)는 코페르니쿠스 위성을 통해 초분광 이미지를 촬영해 지표면의 변화와 토양 성분ㆍ수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청(NASA)는 지구 환경 관측 위성들을 동원해 북극 지역의 식물 분포 및 식생 상태, 산사태 및 화산 폭발같은 지표면의 변화, 눈ㆍ빙하의 상태, 적외선 반사량 등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있다.
마이너 NASA 기후과학자는 "모든 과학자들이 북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아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실태를 더 파악하고 더 많이 이해할 수록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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