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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세계 속 한류

BTS는 한국의 자부심에 머물지 않는다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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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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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개최 예정인 방탄소년단(BTS)의 라스베이거스 스타디움 공연 총 24만 장의 티켓이 예매 첫날 거의 두 시간 만에 모두 매진되었다. 팬클럽 선예매에서 모두 매진되어 일반 예매는 아예 없어졌다. 또한 지난 1일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서 발표한 2021년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은 4년 연속 10위권 안에 들었고,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디지털부터 LP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판매량과 스트리밍까지 포함한 이 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가수가 되었다. 지금까지 2년 연속 1위를 한 가수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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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PI


'오징어게임'은 배우 이정재와 정호연이 미국배우조합(SAG)상에서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스턴트부문 앙상블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배우 윤여정은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유명 해외 영화 시상식들을 휩쓴 것에 이어, 한국인 최초로 올해 제94회 아카데미에 시상자로 참석한다.

최근 우리나라 대중문화와 대중문화인들이 거두고 있는 성과들은 이처럼 눈부시다. 물론 대단하지만, 그래도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어워드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웸블리 스타디움을 순식간에 매진시켰던 순간들이나 '기생충'이 오스카를 탈 때처럼 놀랍지는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방탄소년단이 대중음악계에서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을 세우고,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면서,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꿈도 꿀 수 없던 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는 꽤나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듯하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변화는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다양성을 존중하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인식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이 변화의 참 의미는 한국이라는 맥락을 벗어나 글로벌한 맥락을 함께 고려할 때에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방탄소년단이 첫 빌보드 퍼포먼스를 할 때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느 아메리칸 원주민 아미는 자신은 한국인이 아님에도, 방탄소년단이 미국 미디어에서 멋지게 등장하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미국 미디어에서 제대로 재현되지 못했던 자신과 같은 소수 인종들의 문화를 BTS가 대신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 순간 많은 이들은 백인 중심적인 인종적 헤게모니가 방탄소년단의 성공과 함께 흔들리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서구에서 종종 받아야만 했던 인종차별과 배제를 떠올려 보자. 그들이 부당하게 겪어야 했던 일을 다른 누구도 겪지 않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오랜 시간 동안 백인·서구문화만이 강력한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었던 이 세상에서 한국인이 1등 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이 세상 그 누구도 그들의 국적이나 피부색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보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꿈꾸어 본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통해 인종 간 혐오가 사라지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세상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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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한국외국어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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