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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졌잘싸? 위기의식 부재" 민주당, 尹비대위 띄웠지만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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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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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 나흘만인 13일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안을 발표했다.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26)씨를 공동위원장에 앉히는 등 2030세대를 전진 배치한 게 핵심이다. 하지만 기존 지도부 소속이던 윤호중 원내대표가 함께 비대위를 이끄는 데 대한 당내 반발이 지속하고 있어 파열음이 커질 전망이다.



“비대위 절반 2030”



민주당 비대위의 투톱은 윤호중·박지현 공동위원장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여성·민생·통합의 원칙으로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 지었다”면서 “특히 전체 비대위원 절반을 2030세대로 선임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회견에 불참한 박 위원장은 이날 발표된 비대위 멤버들 중 최연소다. 대학생 기자 시절인 2019년 디지털성범죄집단 n번방의 실체를 익명으로 추적해 알렸다. 올 1월 실명을 공개하며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박 위원장 발탁에 대해 “파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에 매우 따가운 질책을 한 2030 청년들이 마지막에 과감한 결단을 내려 우리 후보를 지지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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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지현 전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은 박 공동위원장이 지난 2월 9일 이재명 대선 후보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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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박 위원장을 간판으로 내세운 데에는 대선 출구조사에서 확인된 2030 여성들의 지지세를 6월 지방선거 등을 겨냥해 향후 당의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재명 전 후보는 대선 당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30 여성 지지도에서 윤 당선인을 크게 앞질렀다.

발표된 비대위원 명단엔 박 위원장외에 광주 선대위 공동위원장 출신의 청년창업가 김태진(38) 동네줌인 대표, 민달팽이 협동조합의 권지웅(34) 이사, 이소영(37) 의원 등 30대 세 명이 이름을 올렸다.

현역 정치인으로는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59) 의원과 채이배(47) 전 의원, 이낙연계인 배재정(55) 전 의원이 비대위원에 포함됐다. 윤 위원장은 “한국노총에서 노동 분야 비대위원을 추천해주면 선임할 것”이라며 현재 8명인 비대위에 향후 2명이 더 합류한다고 밝혔다.



“위기의식 부재” 곳곳 비판



오는 25일까지 원내대표를 조기 선출하고, 윤 위원장에게 지방선거 진두지휘 역할을 맡기는 비대위 구성은 소위 ‘질서 있는 수습론’을 반영한 것이다. 익명을 원한 기존 당 지도부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후보의 득표 수(1614만7738표)는 역대 민주당 후보 중 최대치이고 당선인과 표 차이가 약 24만표밖에 나지 않는다. 무효표(30만7542표)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논리를 주장했다.

이전보다 당 내 지분이 커진 이재명계 의원들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 결정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얘기가 돈다. 이 전 후보 측근 그룹 ‘6인회 소속 의원은 중앙일보에 “윤 위원장이 완벽한 카드는 아니지만, 대안 물색에 시간을 소비하느니 최고위 결정을 인정하고 보완책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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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대장동 특검 실시에 대해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자께서 동의한다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 여야 의견이 모아진 것" 이라며 "3월 임시국회 처리에 아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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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 곳곳의 반발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호남 지역 의원은 “아무리 0.73%포인트 차이로 졌다고 해도 패배는 패배인 것”이라면서 “'졌잘싸'라고 하더라도 당 내 권력을 어정쩡하게 나누는 시스템으로 가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 윤 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건 너무 안이한 선택”이라고 이번 인선을 비판했다.

서울의 재선 의원도 “11일 의원총회에서도 윤호중 체제를 받아들일지 대한 명쾌한 결론은 없었다”라면서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논쟁과 파열음이 더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의총에서는 “3월 말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 다음에도 윤호중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안규백 의원)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포상 추진…“국민 마음 오독”



당 안팎에는 대선 패배 해석을 놓고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각 지역위원장에 ‘오는 18일까지 20대 대선 기여 특별공로 포상 대상자를 추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걸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선거에 진 상황에서 지방선거 공천을 앞둔 사전 논공행상 성격이 강한 이런 류의 일을 벌여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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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윤 위원장은 법사위원장 때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해서 국민들에게 ‘입법 독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국민들이 쇄신으로 보겠나. 지방선거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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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위원장은 이날 대선 참패 원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참패냐 석패냐는 것을 제가 말씀을 드리지는 않겠다”면서 “어떤 성격의 패배인가는 객관적 평가를 받는 것이며 보다 공식적인 논의기구를 통해 평가 작업을 한 뒤에 국민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계 핵심 의원은 “일단 우리가 졌다는 걸 인정하고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하는데, 국민이 어떤 마음으로 표를 줬는지를 오독하고 있어 앞으로가 무척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당원게시판에서는 ‘이낙연계가 왜 비대위에 들어가나’, ‘전과 4범 이재명에 아직도 미련이 남았냐’ 등 지지층 간의 온라인 세(勢) 다툼도 벌어졌다.

심새롬·송승환·윤지원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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