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3 (화)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아주 돋보기] 디카프리오의 우크라 123억 기부는 가짜뉴스…어떻게 퍼졌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 우크라이나인 SNS서 올라온 가짜뉴스가 언론 통해 전 세계로

디카프리오 측 "외할머니가 우크라 출신이란 것도 사실 아냐"

기부 소식 처음 알린 GSA 뉴스 "사실 확인 방법 없어 기사 철회"

아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우크라이나에 1000만 달러(약 123억원)를 기부했단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선 '돈 쓸 줄 아는 배우'란 호평이 나왔다. 하지만 디카프리오의 1000만 달러 기부는 가짜뉴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한 우크라이나인의 소셜미디어(SNS) 글을 주요 언론사들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생긴 해프닝이다.

14일 CNN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디카프리오가 1000만 달러가 넘는 기부금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했다는 소식은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앞서 국내 언론은 동유럽 매체 비세그라드24의 공식 트위터 내용을 인용해 디카프리오의 1000만 달러 기부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비세그라드24는 디카프리오의 외할머니가 우크라이나 오데사 출신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그의 기부 배경엔 '가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디카프리오 측은 CNN에 "디카프리오는 우크라이나에 1000만 달러를 기부한 적이 없다. 또 가족 중에도 오데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인물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디카프리오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국제구조위원회나 세이브더칠드런, 유엔난민기구 등에 인도주의적 기부를 한 적은 있어도 우크라이나 정부나 군대에 돈을 준 사실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아주경제

19만6000명의 구독자를 지닌 동유럽 매체 비세그라드24가 트위터에 디카프리오 기부 소식을 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가짜뉴스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CNN은 남미 가이아나 소식을 다루는 GSA뉴스를 지목했다. 앞서 GSA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내부 소식통의 입을 빌려 디카프리오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1000만 달러를 송금했단 소식을 보도했다. 또 디카프리오의 외할머니가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만 CNN에 따르면, 그의 외할머니 헬레네 인더버켄은 독일 출생이다.

이런 가짜뉴스가 걷잡을 수 없이 전 세계로 퍼지자 GSA뉴스 설립자 패트릭 카펜은 CNN에 "디카프리오가 우크라이나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단 내용의 출처는 한 우크라이나 여성의 페이스북 게시글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여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글을 올려 왔고, 일반적으로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 여성이 올린 글만 보고 사실 확인 없이 기사를 게재한 셈이다.

카펜은 "GSA뉴스는 구독자 수가 적어 디카프리오의 1000만 달러 기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더라도 조용히 며칠 안에 기사를 삭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가짜뉴스라도 큰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만6000명의 구독자를 지닌 동유럽 매체 비세그라드24가 트위터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디카프리오의 우크라이나 기부 소식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비세그라드24 트위터 계정 운영자도 CNN에 "우리도 가짜뉴스 희생양"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영국의 더인디펜던트와 인도의 힌두스탄타임스, 체코 최대 포털 노빈키, 프랑스의 유로뉴스 등도 관련 기사를 올렸고, 디카프리오의 우크라이나 1000만 달러 기부는 '진짜뉴스'로 둔갑했다. 하지만 해당 뉴스가 오보로 확인되면서 현재 대부분 매체는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한 상태다.

한편 GSA뉴스는 "우리가 보도한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해당 기사를 철회한다"고 공지했다.

아주경제


홍승완 기자 veryhong@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