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무산된 16일 오후 청와대 정문 출입구가 굳게 닫혀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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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청와대 오찬 회동이 당일 오전 무산된 배경에는 이른바 공기업 인사를 둘러싼 양측 간 기싸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서도 양측의 불편한 감정이 드러나며 갈등의 불씨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은 오찬 회동을 4시간 남겨둔 이날 오전 8시 나란히 회동 무산을 공식 발표했다. 청와대는 전날 윤 당선인 측의 이른바 '알박기' 중단 요구에 "5월 9일까지는 문재인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MBN 인터뷰에서 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공기업 인사들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임명된 직원들 같은 경우는 스스로 거취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임기를 2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주어진 인사권을 사용하는 것이 온당한지를 놓고 보이지 않는 신구 세력의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 인선을 놓고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이달 31일 임기가 마무리되는 한은 총재는 문 대통령이 인사를 할 경우 임기 5분의 4를 윤석열 새 대통령과 함께하게 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도 갈등 요인이다. 이날 김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각오와 자신, 의지가 있으면 임기를 채우는 것이고,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된다"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데 따른 반박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에 대한 인사권을 두고도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의 주요한 의제였던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서도 갈등은 발생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란 점에서 사면에 부정적이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순조로운 정권 이양과 대선 뒤 갈라진 민심 수습을 위한 국민 통합을 강조해온 만큼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불가피하게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 등이 사면을 두고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면서 회동이 틀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께서 부담을 가지고 하시라는 것"이라며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압박했고, 권 의원은 문 대통령이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패키지 사면'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이던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진영에서도 사면에 반발하는 기류가 커졌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대 당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현직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사면하고 싶으면 본인이 취임한 이후에 하면 되는데 물러나는 대통령에게 짐을 지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문 대통령에게 사면의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또 다른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선인의 요청이 있다고 해서 판단을 뒤집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선인의 전직 대통령 사면 요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12월 당선인 신분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1995년 구속기소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 화해와 통합을 위한 밑거름이 되겠다"고 밝힌 뒤의 행보였다. 이틀 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복권을 발표했다. 아울러 민정수석실 폐지, 청와대 이전 등 대대적인 청와대 개편의 배경으로 문재인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윤 당선인 측의 압박에도 청와대는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첫 회동이 불발된 것을 시작으로 정부 인수인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주요 사안에 대해 큰 온도차를 보이는 터라 윤 당선인 취임 전부터 진영 간 대립이 격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명환 기자 / 임성현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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