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현장 회의에서 채이배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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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7일 ‘문재인 정부 5년간 나쁜 정치’ 발언을 한 채이배 비상대책위원에 대해 “공은 하나도 없나?”라며 “5년의 국정운영이 ‘나쁜 정치’라는 한 단어로 규정되는 것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고민정·김승원·김영배·김의겸·민형배·박상혁·윤건영·윤영덕·윤영찬·정태호·진성준·최강욱·한병도(가나다순) 등 13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채이배 비대위원의 언사는 깊은 유감”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누구도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다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한때 몸담았던 저희들 역시 마찬가지”라면서도 “그러나 저희들은 지난 5년이 ‘공’은 하나도 없이 ‘과’로만 채워져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 비대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인가”라며 “취임 직후부터 마주했던 전쟁의 위기, 점점 고조되었던 대외 경제 위기, 가까운 이웃과 맞서야 했던 일본 수출규제의 위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코로나19와의 전쟁 등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해 왔다. 왜 그 노력은 보지 않는가”라고 항변했다.
앞서 채 비대위원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의 첫 번째 이유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5년간 내로남불, 편 가르기, 독선 등 ‘나쁜 정치’를 하며 국민의 마음을 떠나보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은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평가는 누군가를 내세워 방패막이 삼거나 지난 시기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단순한 사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점에서 채 비대위원의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갈림길에 선 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비상대책위원의 언사로는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잘 지는 것은 선거에서 나타난 숫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패배 이후의 태도에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러하기에 지금 우리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패배 이유에 대한 치열한 내부 토론이다. 차분하고 냉정하되, 열정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만 치열한 토론은 처절한 자기 성찰과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 모두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미 사퇴한 당 지도부 뿐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 문재인 정부의 구성원, 나아가 패배한 당을 수습하기 위한 나서주신 비대위원들 역시 뼈아픈 대선 패배의 책임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당 비대위에는 대선 평가와 함께 정식 토론 절차를 요구했다. 이들은 “선거 패인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위한 치밀한 프로그램을 비대위가 나서 하루빨리 마련해달라. 그것이 지금 비대위가 해야 할 급선무”라며 “동료 의원들께도 부탁드린다. 개개인의 주관적 평가는 함께 머리를 맞댄 토론장에서 논쟁하자”고 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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