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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번엔 ‘대통령 집무실 불통’ 논쟁…신·구권력 갈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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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청, ‘불통 정부’ 규정에 “가짜뉴스” 반박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과 착각한 듯”
국민의힘 “5년 전 문 대통령 ‘구중궁궐’ 표현”


경향신문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지난달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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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7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 이유로 국민과 소통이 어려운 현재 청와대 공간구조를 제시한 데 대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를 “불통 정부”로 규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전날 문재인 정부 말 공공기관 인사 등 입장 차로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이 무산된 데 이어 신·구 권력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에서 “청와대 구조와 관련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의 거리가 멀어서 불통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완벽한 허위이고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박 수석은 “청와대 이전 이유는 국민 속으로 가겠다는 일념이어야지, 청와대가 불통 구조라는 오해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청와대는)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올라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시민들과 소통에서 단절돼 있고 고립돼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의 청와대 구조는 국민보다 대통령에 더 집중된 구조”라며 “궁극적으로 대통령 보호에만 최우선을 뒀다”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도 지난 1월 공약 발표 당시 “지금 우리는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본관까지 차를 타지 않나. 그래서는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임기 첫날부터 비서동과 거리가 있는 본관 집무실 대신 비서동에 있는 여민1관 3층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지금 청와대 구조에 대한 오해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본관 집무실을 사용할 때를 착각한 결과”라며 “모든 청와대 참모들은 문 대통령을 1~2분 내에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 사이 500m’로 인한 불통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집권했을 때나 있던 일이라는 것이다.

박 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전한다고 하는 논리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현재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박 수석은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국민과의 소통은 장소나 지리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가세했다. 탁 비서관은 이날 SNS에 두 차례 글을 올려 “조금 전에 (대통령 집무실에서 비서동 사이) 이동시간을 확인했다”며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헉헉”이라고 썼다. 김 대변인의 이날 발언을 비꼰 것이다. 탁 비서관은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이미 설치돼 운영·보강돼 온 시설 등이 아깝다. 각종 국빈행사의 격조는 어쩌느냐”고 했다.

탁 비서관은 더 나아가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을 때도 신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했었다”며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라고 썼다. 윤 당선인 측을 제국주의 일본에 빗댄 것이다. 국민의힘은 청와대를 ‘구중궁궐’로 표현한 것은 문 대통령이었다고 반박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임기를 불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특유의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탁 비서관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허 대변인은 “폐쇄적이었던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을 일본에, 국민을 왕정시대의 신민으로 비유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면서 “5년 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며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옮기겠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오겠다’던 문 대통령에게는 뭐라 말할 텐가”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지난 15일에도 윤 당선인 측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추진을 두고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들어서 폐지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적이 있다. 윤 당선인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다”며 현 정부를 겨냥한 듯한 말을 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합법을 가장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사찰해 온 문재인 정권 민정수석실의 흑역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민정수석실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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