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회동 불발 놓고 갈등 지속
‘尹, 한은총재 인선 계획’ 보도에
靑 “文에 인사권” 시행 의지 굳건
김기현 “알박기 전념… 염치 없어”
尹측 “집무실·비서실 거리 상당”
靑 “文대통령, 1~2분 내 참모 만나”
집무실 이전 놓고도 신경전 가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왼쪽),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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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 불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 인사들은 17일 장외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윤 당선인 측이 현 청와대 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간 거리가 멀어 소통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자 청와대는 5년 전부터 문 대통령이 비서실 옆에서 일해 왔다고 반박했다. 공공기관 인사권을 둘러싼 양측 간 신경전도 여전하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의 거리가 멀고 그래서 불통’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지금의 청와대 구조는 국민보다는 대통령에 더 집중하는 구조”라며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올라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을 사용한 적이 없으며 대통령 스스로 비서동으로 내려와 여민1관 3층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모든 참모는 문 대통령을 1∼2분 이내에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도 SNS를 통해 “김 대변인 말을 듣고 시간을 확인했는데 (집무실까지)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꼬집었다. 탁 비서관은 이어 “개인적으로 저는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에 전혀 의견이 없다”면서 “근데 여기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라고 묻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은 “임기를 불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고 있다”(허은아 수석대변인)고 비판하자 탁 비서관은 다시 SNS에 “외람되지만, 임기 54일 남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신경 끄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적기도 했다.
무슨 얘기 나누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거리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오른쪽) 등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이동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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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인사권을 둘러싼 양측 간 신경전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박 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인사권은 분명하게 대통령이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윤 당선인 측이 후임 한국은행 총재 인선을 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도 “5월9일까지 임기인데 문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누가 하느냐.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예정대로 인사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현재 문 대통령 임기 종료 전 한은 총재를 비롯, 감사위원 2인과 공석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2인 등 중요한 직책 인선이 남아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가 ‘오만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맞받았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끝까지 자기 사람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정권의 모습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전문성을 무시한 내로남불 인사는 정책 실패로 이어졌지만 반성하긴커녕 정권 말까지도 내 사람 챙기기 위한 알박기 인사에만 전념하고 있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조차도 없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박 수석은 “당선인과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지 않겠느냐”고 말해, 배석자와 의제 설정 없이 만날 경우 이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이날도 실무 협의를 벌였지만 특별한 의견 접근을 이루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주로 회동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협상 진행에 따라 18일 극적으로 만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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