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원리금 못 갚는 '국가부도 사태' 의미
자원·보유외환 넘치지만 서방제재 탓 위기
"닥치면 '재앙'…외부자금 차단돼 경제고통 증폭"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여러 신용평가사, 국제 금융기관, 전문가는 러시아가 침공을 결정한 이후부터 디폴트 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렇다면 이런 디폴트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디폴트를 선언하면 러시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 디폴트는 국채 원리금 못 갚는 '국가부도 사태'
디폴트는 국가 규모의 채무불이행을 뜻하는 말로 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는 '국가 부도'를 말한다.
정부도 일반 경제 행위자처럼 대규모 사업을 실시하려면 돈이 필요해 대출을 받고, 이를 기한에 맞춰 상환한다.
다른 채권과 마찬가지로 국채도 발행 때 상환 기관, 금리, 이자지급 방식 등이 정해져 있어 소유자는 이에 따라 돈을 받게 된다.
이처럼 돈을 빌렸는데 기한이 되도록 이자나 원금을 상환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디폴트다.
이렇게 되면 외부 신용평가사가 디폴트 선고를 내린다.
현재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국영기업들의 외화 부채는 1천500억달러(약 186조원)에 달한다.
당장 이달까지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 7억3천만달러(약 8천855억원)가 넘는다. 러시아의 마지막 디폴트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당시였다.
◇ 석유·보유외환 넘치는 러시아가 왜 디폴트 위기
러시아는 석유, 가스, 광물 매장량이 막대한 자원부국인데다가 보유외환도 충만한 상태다.
특히 빚을 갚는 데 쓸 수 있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약 6천400억달러(약 776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침공 이후 쏟아진 서방 제재로 인해 보유한 외환 중 상당 규모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러시아는 자국에 적대행위를 한 국가의 채권자들에게는 채권이 애초 발행된 통화와 상관없이 무조건 루블화로 상환한다고 발표했다.
제재로 접근이 어려워진 외화 대신 자국의 루블화로 빚을 갚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기관들은 계약상 이자는 달러로만 지급하도록 돼 있다며 러시아가 루블화로 빚을 상환하면 디폴트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 '국가부도의 날' 주목되던 16일은 어떻게 넘겼나
지난 16일은 러시아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지 가늠하는 분수령이었다.
러시아가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천700만달러(약 1천450억원) 이자를 16일까지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16일 러시아는 이에 대해 이자를 달러로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자 지급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즉각 확인되지 않았었다.
현재로서는 채권자들의 전언이 엇갈리면서 제때 지급이 이뤄졌는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채권자는 "예상과 달리 이자가 달러로 지급됐다"며 놀라워했고,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국채를 보유한 고객이 이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채권자는 아직 이자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또, 이 2건의 국채에는 공식 디폴트에 앞서 30일간 이자 지급 유예기간이 부여되는 만큼, 그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미국 CNN 방송은 지적했다.
◇ 실제 디폴트 때는 '재앙'…외부 자금줄 차단돼 고립 심화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전략가 티머시 애시는 CNN 인터뷰에서 "디폴트는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그래도 서방의 제재로 금융이 경색된 러시아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더 약화하기 때문이다.
국채 원리금 상환 불이행은 국가가 외국 투자자의 돈을 떼어먹는 다는 얘기로 그 나라 전체의 신용도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신용등급이 악화하면 돈을 갚고 불안정성을 해소해 신용을 회복할 때까지 장기간 외화를 조달하기 훨씬 어려워진다.
2010년 한국은행 조사국 해외조사실 자료에 따르면 1980∼1999년 사이 대외채무를 제때 갚지 못했던 국가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다시 자금을 조달하기까지 평균 4년가량이 소요됐다.
러시아 경제는 이미 서방 제재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로 감소한 GDP가 2% 수준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올해 러시아 경제의 충격이 훨씬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디폴트가 실제로 닥치면 러시아가 서방제재로 겪는 고통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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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용평가사, 국제 금융기관, 전문가는 러시아가 침공을 결정한 이후부터 디폴트 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렇다면 이런 디폴트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디폴트를 선언하면 러시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디폴트 위기에 빠진 러시아 |
◇ 디폴트는 국채 원리금 못 갚는 '국가부도 사태'
디폴트는 국가 규모의 채무불이행을 뜻하는 말로 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는 '국가 부도'를 말한다.
정부도 일반 경제 행위자처럼 대규모 사업을 실시하려면 돈이 필요해 대출을 받고, 이를 기한에 맞춰 상환한다.
정부는 사채보다 신용도가 높은 국채를 발행하고 이자나 거래에 따른 차익을 얻으려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팔아 자금을 조달한다.
다른 채권과 마찬가지로 국채도 발행 때 상환 기관, 금리, 이자지급 방식 등이 정해져 있어 소유자는 이에 따라 돈을 받게 된다.
이처럼 돈을 빌렸는데 기한이 되도록 이자나 원금을 상환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디폴트다.
이렇게 되면 외부 신용평가사가 디폴트 선고를 내린다.
해당 정부가 나서서 원리금 상환 여력이 없음을 밝히며 유예(모라토리엄)를 요청하거나 디폴트를 선언하기도 한다.
현재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국영기업들의 외화 부채는 1천500억달러(약 186조원)에 달한다.
당장 이달까지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 7억3천만달러(약 8천855억원)가 넘는다. 러시아의 마지막 디폴트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당시였다.
◇ 석유·보유외환 넘치는 러시아가 왜 디폴트 위기
그런데 러시아의 이번 디폴트 위기는 독특한 면이 있다. 러시아가 돈이 없어서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석유, 가스, 광물 매장량이 막대한 자원부국인데다가 보유외환도 충만한 상태다.
특히 빚을 갚는 데 쓸 수 있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약 6천400억달러(약 776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침공 이후 쏟아진 서방 제재로 인해 보유한 외환 중 상당 규모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대부분 국가가 러시아 외화보유고를 동결하고,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해 자금 흐름을 경색시켰다.
이에 러시아는 자국에 적대행위를 한 국가의 채권자들에게는 채권이 애초 발행된 통화와 상관없이 무조건 루블화로 상환한다고 발표했다.
제재로 접근이 어려워진 외화 대신 자국의 루블화로 빚을 갚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기관들은 계약상 이자는 달러로만 지급하도록 돼 있다며 러시아가 루블화로 빚을 상환하면 디폴트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침공 직후인 지난달 24일 가치 폭락한 루블화 |
◇ '국가부도의 날' 주목되던 16일은 어떻게 넘겼나
지난 16일은 러시아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지 가늠하는 분수령이었다.
러시아가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천700만달러(약 1천450억원) 이자를 16일까지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16일 러시아는 이에 대해 이자를 달러로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자 지급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즉각 확인되지 않았었다.
현재로서는 채권자들의 전언이 엇갈리면서 제때 지급이 이뤄졌는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채권자는 "예상과 달리 이자가 달러로 지급됐다"며 놀라워했고,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국채를 보유한 고객이 이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채권자는 아직 이자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또, 이 2건의 국채에는 공식 디폴트에 앞서 30일간 이자 지급 유예기간이 부여되는 만큼, 그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미국 CNN 방송은 지적했다.
지난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구걸 중인 한 남성 |
◇ 실제 디폴트 때는 '재앙'…외부 자금줄 차단돼 고립 심화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전략가 티머시 애시는 CNN 인터뷰에서 "디폴트는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그래도 서방의 제재로 금융이 경색된 러시아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더 약화하기 때문이다.
국채 원리금 상환 불이행은 국가가 외국 투자자의 돈을 떼어먹는 다는 얘기로 그 나라 전체의 신용도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신용등급이 악화하면 돈을 갚고 불안정성을 해소해 신용을 회복할 때까지 장기간 외화를 조달하기 훨씬 어려워진다.
2010년 한국은행 조사국 해외조사실 자료에 따르면 1980∼1999년 사이 대외채무를 제때 갚지 못했던 국가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다시 자금을 조달하기까지 평균 4년가량이 소요됐다.
러시아 경제는 이미 서방 제재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로 감소한 GDP가 2% 수준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올해 러시아 경제의 충격이 훨씬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디폴트가 실제로 닥치면 러시아가 서방제재로 겪는 고통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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