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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MB 정부 외교 전문가 “북한 문제, 그때 시각·원칙으로 다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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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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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이 지난 3월 16일 경기도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새 정부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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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인력구성을 완료하며 정부의 방향성이 예측 가능해진 상황이다. 주요 특징은 이명박(MB) 정부 당시 활약했던 인사들의 복귀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MB 정부 시즌2’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중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외교안보분과다. MB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인수위에 합류했다. 윤 당선인의 ‘비핵·번영의 한반도’ 구상이 MB 정부 대북정책을 계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MB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효성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북한과의 관계를 상호주의 관점으로 전환했다는 긍정과 (북한을 자극해)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합의되지 않은 평가와는 별개로 사실관계는 단순하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군 공격해 의한 민간인 사상자가 처음 발생한 것이 MB 정부 때였다. 윤석열 정부가 MB 정부 때에 비해 얼마나 개선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예측해 보기 위해 지난 3월 16일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이 소장은 MB 정부에서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정책기획관을 지냈다. MB 정부 당시의 국제정치 환경, 기조, 주요 인물 등을 알고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에 조언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 그는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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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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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질적 결과물은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평화에 올인했는데 평화구축이 안 됐다. 너무 평화에만 올인하다 보니 주변 4강 외교부터 난맥상을 겪었다. 한미동맹이 약화됐고, 중국에 경도된 측면이 있었다. 글로벌 이슈인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 기후변화, 사이버 이슈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성과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9·19 군사합의로 북한이 군사도발을 하지 않았고, 대북전단 살포 금지로 불필요한 충돌도 줄였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남북관계의 전반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순 에피소드로 끝났다는 점이 아쉽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북미 협상의 중단, 남북대화 중단, 북한의 자발적 고립으로 앞날이 불투명하게 됐다.”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외교안보의 주요 이슈들을 청와대가 장악하면서 정책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북핵, 동맹, 탈원전 등의 주요 이슈들을 청와대가 장악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도 실무 부서에 해결을 위한 지침을 주지도 못했다. 청와대의 인력이나 체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적합한 구조가 아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 이슈들을 자신들의 정체성과 연결지으며 독점하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도 비협조적이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시 도발을 시작한 것인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한국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때 한국 정부가 조언자로 나섰지만, 북한이 얻은 것이 없었고 김정은은 최고 지도자로서의 존엄만 손상됐다. 북미관계도 잘 안 풀리고, 남쪽에도 기대할 것이 없다 보니 결국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을 발표했고, 이를 외부상황과 관계없이 실행해가고 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증진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자기들이 정한 시간표대로 계획을 지속적으로 이행해갈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 ICBM 시험발사를 유예한 모라토리엄도 파기할 것으로 보나.

“파기와 지속의 경계선에 와 있다. 북한이 쏘는 미사일이 ICBM이면 파기이고, 정찰위성이라면 지속으로 볼 수 있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반응을 굉장히 민감하게 보면서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미사일 발사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하는 것은 협상이 곧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는데.

“대화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동안 북한이 긴장 분위기를 조성한 뒤 대화하는 패턴을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지금은 긴장을 조성해 가는 국면이다. 다만 언제 대화를 시도하는 방향으로 선회할지 특정하기가 어렵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북한 주민들이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고 난 후가 될 것 같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백신 6000만도스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정 시점도 주목해볼 수 있다. 대화를 시작하려면 미국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좋다고 본다. 거창한 인도적 지원까지 필요 없고 우호적 제스처 정도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라든지 특사가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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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11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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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MB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당선자는 보수정권의 색채를 반영한 대북정책 기조를 채택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목표로 삼고, 북핵 폐기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방향이다. 다만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을 시에는 유엔제재를 유지한 상태에서 경제지원 정도는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MB 정부의 ‘비핵·개방 3000’,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계승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과거와 현재는 외교안보 환경이 전혀 다르다. 우선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내려놓을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핵과 미사일 역량도 모두 고도화됐다. MB 정부 때의 시각으로 북한 문제를 다루면 안 된다는 의미다. 당시의 시각이나 원칙을 고수한다면 남북관계는 어려워지고 북한은 핵에 더욱 집착하게 될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 말하는 비핵화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거나 지금이나 한국 정부의 비핵화라는 게 뚜렷한 개념이 없다. 핵무기만 없애는 게 비핵화인지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해 관련 개발에 종사하는 과학자, 우라늄 광산까지 없애는 게 비핵화인지 분명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비핵화를 선결조치라고 주장할 때부터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비핵화를 말하려면 과거의 핵, 현재의 핵, 미래의 핵부터 구분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비핵화는 미래의 핵을 막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영변에서 더 이상 핵 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동결하는 것이다. 그것이 첫 단계다. 만약 북한이 영변을 포기한다면 우리도 충분히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MB 정부 때 이상으로 강경할 거라고 보나.

“북한 문제는 어느 한가지 시각과 접근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섞어 사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당근만 가지고 하려다 실패했다면, 반대로 채찍만 가지고 해도 똑같이 실패할 것이다. 현재 인수위 구성을 보면 MB 정부 당시 활약했던 강경파들로 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가 출범하면 점차 현실적이 될 것이다. 북핵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과거 방식으로는 문제에 접근할 수 없고, 설사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더라도 정부 내부에서 시대변화에 맞게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올 것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남북 간의 핫라인 복구가 시급하다. 새 정부가 강성이라는 것은 북한도 알고 있을 거다. 상시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정부 간의 채널을 확보한다면 도발 등의 위기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남북 간의 각종 합의를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왜 우리만 지켜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국가 정책은 보다 높고 크게 봐야 한다. 우리가 약속을 지켜야만 북한에 지속적으로 합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힘들게 노력해 얻은 합의를 무효화하기보다는 보완해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폐기가 능사는 아니다.”

-5년 만에 정권이 바뀌며 대북정책 교체주기도 빨라졌다. 급격한 정책변화를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정치의 양극화, 분열 양상을 보면 일관된 대북정책을 갖기가 매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이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을 바꾸는 걸 지양하고 일관된 대북정책을 만들 때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 정치권 내부에서부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정치권이 분열하면 일관된 통일, 대북정책을 가질 수 없다. 한국처럼 외부 안보위협이 큰 나라가 이렇게까지 분열되는 사례가 별로 없다. 이는 우리의 협상력을 엄청나게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치권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궁극적 해법은 무엇이어야 할까.

“비핵평화국가가 우리의 정체성이다. 전술핵을 도입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에서 핵을 갖고 대치한다는 건 위험한 평화에 가깝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은 모두 세가지다. 우선 미국과 협력해 핵 3축체제(ICBM·전략폭격기·핵잠수함) 대신 비핵 3축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다. 이는 첫째로 확장억지(핵우산)다. 한미가 상시로 확장억지 강화와 구현 방안을 협의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둘째는 비핵 억지력 강화다. 핵무기에 대항할 수 있는 최첨단 재래식 무기나 정밀타격무기 등을 갖춰야 한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재래식 타격 능력을 갖춰 북한이 위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국제공조의 강화다.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압박과 유인책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한국에 필요한 건 자강과 연대다. 자강이라면 스스로 안보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실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을 갖추는 걸 말한다. 이에 더해 연대가 필요하다. 한미동맹을 잘 관리해 우리의 안보자산으로 삼고 동시에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른바 ‘끼인’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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