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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문재인 윤석열 '신구권력' 신경전 치열…역대 대통령-당선인은 어땠을까 [대통령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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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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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단독 회동 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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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연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며 문재인 대통령과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임기 말 각종 공공기관 인사 등 다방면에서 신구 간 권력 갈등이 불거졌는데요. 대선 기간 중에는 윤 당선인이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적폐 행위를 수사하겠다고 발언하자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분노를 표한 적도 있었죠.

    그런가 하면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됐을 때 축하난을 보내고, 최근 갈등 구도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윤 당선인을 공격하자 이를 자제시키기도 했습니다. 윤 당선인 역시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거듭하면서도 문 대통령을 직접 겨눈 비판은 피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전임·후임자 간 예우를 갖추는 동시에 과거의 깊은 인연을 감안해 기본적인 배려는 주고받는 것일 텐데요. 문 대통령은 임기 초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직에 있던 윤 당선인을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에 임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윤 당선인도 총장 시절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겠다고 말했다는 사연이 소개된 바 있죠.

    대선 후, 취임 전 시기에는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국정운영을 놓고 오묘한 동거를 하게 됩니다. 대통령과 당선인은 당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인 만큼 둘 간에 사연도 깊기 마련인데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당선인들에 비하면 오히려 인연이 극히 짧은 편이죠. 이번 회차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 대선이 끝난 뒤 당선인을 언급한 연설들을 통해 정권교체기의 시대상을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선인 첫 언급한 김영삼 "김대중 당선 진심으로 축하, 선거에 선전해준 후보들도 격려"

    대한민국 역사에서 선거를 통해 현직 대통령과 다른 당선인이 나온 첫 사례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당선인입니다. 이전까지는 독자분들께서도 아시는 것처럼 예측할 수 없던 사건으로 대통령이 교체됐었죠. 일평생을 함께한 동지인 전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노 전 대통령이 수없이 등장하지만, 정작 대선을 치른 후에는 언급 사례를 찾을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바뀌는 탓에 신구 권력의 관계에 이목이 워낙 집중됐고, 이를 고려해 언급을 자제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 사례들을 찾아보면 대통령과 당선인 관계가 가까울수록 언급 횟수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역대 가장 가까운 관계였을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사이에는 오히려 언급이 없었던 게 아이러니하네요.

    노 전 대통령도 임기 말 김영삼 당선인을 언급한 사례가 없어 최초로 당선인이 등장하는 연설은 1997년에야 나타납니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 직후인 12월 19일 '제15대 대통령선거 종료에 즈음하여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국민 대화합으로 새로운 출발)'을 통해 "제15대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되었습니다"라며 "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번 선거에서 선전해 주신 모든 후보와 정당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대통령의 관계는 짧게 요약하기가 불가능합니다만, 역대 전후임 대통령들의 관계와 비교해보자면 인연은 깊되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이 아예 당선인을 언급한 사례가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김영삼 전 대통령도 수십 년간 민주화운동을 함께 이끌었던 과거를 많이 고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후임자 언급 가장 많았던 김대중 "노무현정부에서 모든 것이 한층 개선 발전될 것"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려 다섯 차례나 언급해 최다 기록이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데요. 그만큼 두 전 대통령의 관계가 각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한국의 대통령선거 역사를 되짚어보면 대통령과 같은 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정치적 계승이 이뤄졌다고 평가할 만한 사례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싶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노무현 당선인을 처음 언급한 것은 2003년 신년 축하 메시지에서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올해는 전 국민의 참여 속에 선출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라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새 정부를 지원해야겠다. 그리하여 현재 제기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여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야겠다"고 했습니다.

    퇴임 직전인 2003년 2월 17일에는 퇴임맞이 감사서신에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 문제, 농촌 문제, 지역 간 불균형 문제 등 많은 미비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며 "국민의 정부가 좀 더 이룩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며, 다음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에서 이 모든 것이 더 한층 개선, 발전될 것으로 믿는다"고 적었습니다.

    ◆정권 재창출했지만…소원했던 이명박·박근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관계와 극명히 대비되는 것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7년 보수·진보를 통틀어 역사상 가장 치열했다는 당내 경선을 펼쳤던 사이인데요. 그래서인지 같은 당에서 선출된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따스한 연설을 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2013년 신년사에서 유일한 언급이 나오는데요.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중심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다 함께 노력한다면, 새해에는 위기의 마지막 고비를 지나 어두운 터널 끝의 밝은 빛을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될 것"이라며 후임자를 짤막하게 언급했습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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