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7 (일)

용산 이전비 496억, MB·朴 총비용 22배 …文·尹 회동 '뇌관' 되나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尹당선인 "예비비·집무실 이전, 정부 인수인계 업무 중 하나"
인수위법 7조5항 염두 둔 듯…인수위 직무범위 해석 논란 예상
MB·朴 인수위 21억9천 예비비 충당…尹, MB·朴의 22배 예산
文대통령, 수용 여부 미지수…당선인 회동 장기 표류 가능성도
뉴시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20. photo@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을 공식화하며 496억원의 정부 예비비 편성을 공식 요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무 협상 단위에서의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제안했던 문 대통령의 '조건 없는 만남'에 윤 당선인이 화답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회동 성사를 앞두고 큰 장애물이 놓인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한 차례 결렬로 신(新)·구(舊) 권력 간 충돌 양상을 여과 없이 노출한 상황에서 회동 여건 조성을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무색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현직 대통령 권한의 범위를 뛰어넘는 요구에 자칫 회동을 둘러싼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안보 지휘 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기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연쇄 이전 비용을 총 496억원으로 추산했다. 국방부·합참 건물 이전 118억원,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 비용 252억원, 대통령 경호처 이전 비용 99억9700만원, 대통령 관저로 사용할 기존 육군참모총장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비용 25억원 등이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발표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가 보이고 있다. 2022.03.20. scchoo@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윤 당선인은 이전에 필요한 비용 전부를 정부의 예비비 편성으로 충당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윤 당선인은 "496억원의 예비비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특히 또 "예비비는 기재부와 다 협의해서 법적인 범위안에서 한 것"이라며 "예비비 문제나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 인수인계 업무의 하나라고 보고 (정부에)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이러한 구상은 현재 대통령직인수에관한법률(대통령직인수위법)에 명시하고 있는 인수위 운영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적잖은 갈등이 예상되는 이유다.

인수위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인수위법(제7조)에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 준비 ▲당선인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국무위원 후보자 검증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 4가지를 인수위 직무 범위로 한정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날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정부 인수인계 업무'로 규정한 것은 위법한 예산 집행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이라는 조항에 기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수위의 가용 예산을 다루고 있는 인수위법 시행령(제11조·위원회의 예산 및 운영)에서 '이 법(인수위법)에서 규정된 사항 외에 위원회의 예산·직원 운영에 필요한 상황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합할 때 정권 인수인계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혀온 문 대통령이 명분상 거절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노린 판단으로 해석된다. 다만 1987년 체제 이후 역대 인수위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역대 인수위가 발간해 온 백서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15대 인수위원회 당시 7억5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16대 인수위에서 97% 인상한 14억8000만원을,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제17대 인수위 시절 21억9700만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제18대 인수위에서 21억9400억원의 예산을 예비비에서 충당했다.

역대 당선인들은 예비비로 충당받은 인수위 예산을 대부분 ▲사무실 운영비 ▲인수위 실무자 급여 ▲사무기기 임차료 ▲정책개발비 ▲인쇄비 등 통상적인 인수위 업무 범위 안에서 활용해왔다.

이러한 전례와는 무관하게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MB와 박근혜 인수위 예산의 22배에 달하는 약 496억원을 정부 예비비에 편성시켜 주도록 요구하겠다는 것이 현재까지 공개된 윤 당선인의 입장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이전에 따른 소요 비용은 인수위 예산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496억원은 정부 예비비 편성을 요구하겠다는 것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인수위 예산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마이크를 내려놓고 있다. 2022.02.10. amin2@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갈등 장기화를 우려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성사된다고 해도 법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문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여부는 미지수다. 자칫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시절 통일부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요구 당시 빚었던 충돌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당선인 인수위 시절 갈등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실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추진한 정부조직개편안은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문제는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정부조직법 개정 법안을 노 대통령에게 공포해 달라고까지 요구한 것"이라며 "그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의욕을 가지고 하려는 일을 참여정부가 발목을 잡는 것 같은 모양이 돼 버렸다"고 토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청와대 국방부 청사 이전 구상을 맹비난했다.

4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선 공약 첫 번째 파기, 공약 자체가 졸속·부실하게 만들어진 것 자인한 꼴"이라며 "용산 국방부로 이전 결정 또한 졸속·부실한 결정이면서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앞으로의 국정 운영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대통령 청사가 어디 윤 당선자 5년만 쓰고 버릴 집이냐"며 "국방부 추산으로도 5000억원의 이전 비용, 안보 현안 대응 및 각종 안보 자산 이전 등 안보 불안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취임도 안 한 당선자 신분으로 대한민국 국방부부터 선제타격 할 줄은 어떤 국민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구상과 관련해 "예비비는 쌈짓돈이 아니다"라며 "예산 편성도 없이 그냥 밀어붙이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