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통수권·예산권 내세워 ‘용산 무리말라’ 브레이크
尹 이전발표 다음날 NSC 주재 “임기까진 대통령에 軍통수권”
예비비 496억 상정 요구도 거부
민주당 “尹, 새집 꾸밀 궁리뿐… 레임덕 아닌 취임덕에 빠질 것”
청와대는 올해 북한이 탄도 미사일과 방사포 등으로 연쇄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국방부, 합참 등을 연쇄적으로 옮기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월 중에는 북한의 연례적 행사가 예정되어 있고, 그 가운데 현재 올해 들어서만 열 번째 미사일 발사를 하는 등 북한의 미사일 발사 흐름이 지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4월 중에는 한미 간 연례적인 훈련 행사가 있는 시기인 만큼 이 시기가 한반도의 안보에 있어서 가장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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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도발 때마다 청와대는 우회적으로 비판만 할 뿐 대화를 강조해온 데다가, NSC도 직접 주재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이날 주장한 논리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 당선인이 20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계획을 밝힌 하루 만에 문 대통령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NSC 확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용산 이전이 타당한지를 논의한 것도 좀처럼 이해되질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우리 정부 동의 없이 폭파했을 때에도 NSC에 참석하지 않았었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당선인 집무실 이전 계획을 대놓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작품’ 격인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한 비판 여론 만들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회의에서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국민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고통스럽다. 그런데 당선인이라는 분은 새 집 꾸밀 궁리만 하고 있으니 정말 참담하다”고 했다. 그는 “당선 열흘 만에 불통 정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셈”이라고도 했다.
이날 민주당 회의는 ‘용산 이전’ 성토 대회를 방불케 했다. 조응천 비대위원은 “(윤 당선인이 당선 후) 열흘간 몰두한 유일한 일은 집무실 이전, 집무실 인테리어, 집무실 이사 비용뿐”이라고 했고, 배재정 비대위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집착,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 막가파식 결정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했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주택 가격 안정,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시 안에 있는 공공 부지를 마른 수건 짜내듯 하는 상황인데 집무실을 이전하면 용산 주변 그 넓은 부지는 손도 못 댈 수 있다”고 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이날 라디오에서 “소통을 위해 청와대를 이전하겠다는 사람이 일단 이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불통인 것이 너무 모순적”이라고 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추진 과정도 졸속으로 하다 보니 안보 공백과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게 되고 있다. 그야말로 안보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2일 열리는 국방위 긴급 현안 보고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한 맹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 한편에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윤 당선인처럼 청와대 폐지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약속했었던 민주당이 윤 당선인 계획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 개편·이전 계획은 민주당 정권을 비롯해 역대 거의 모든 대통령이 공언했던 사안”이라며 “상징성과 효과가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결사 반대 분위기가 국민 여론과 반대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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