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2 (화)

집무실 갈등에 갇힌 '안보'…국민은 안 보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문제의 접점을 찾지 못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양측의 사전 협의가 이뤄졌는지, 국가 안보 공백이 발생하는지 등을 두고 각자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생명, 국익과 직결되는 안보 문제가 날선 정치적 공방으로 비화되며 소모적으로 취급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이틀이 지난 22일 윤 당선인 측과 청와대는 이전 문제와 관련해 평행선을 달렸다. 전날에 이어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신속한 집무실 이전 추진에 문제제기하고, 윤 당선인 측이 이를 반박하는 여론전이 펼쳐졌다.

양측은 사전 협의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에서부터 입장이 엇갈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청와대가 인수위(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정확히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비비 문제 등 이전 문제를 인수인계 업무의 하나라 보고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는 지난 20일 윤 당선인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와 절차를 상의하고 상호 조율과 소통이 이뤄진 것으로 들었다”며 “우리가 없는 말을 드리진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전 예산을 기재부에서 (추계)받았다”는 윤 당선인 발언도 근거로 들었다. 사전 협의 대상을 청와대 또는 정부 부처로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차가 맞부딪힌 셈이다.

국가안보 대응 태세를 두고 양측은 가장 팽팽하게 맞섰다. 박 수석은 TBS 라디오에서 “5월9일 자정까지 임기인 문재인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운영 시스템으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5월9일 자정으로부터) 1초 후엔 윤석열 후임 대통령이 그 시스템으로 똑같은 일을 해야하는데 이 시스템을 어떻게 바로 옮길 것인가”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임기 시작 전에 청와대 위기관리 시스템을 용산 집무실로 옮길 경우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안보 대응 공백이 생기며, 임기가 끝나는 시점부터 윤 당선인이 시스템을 활용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윤 당선인 측은 다른 시각에서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안보 대응 주체는 청와대가 아닌 합동참모본부라는 논리다. 당선인 직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소속인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이 이전하는 과정에서 군사대비 태세의 핵심 부서는 합참”이라며 “합참은 (청사를) 이전하지 않고 그대로 그 위치에서 현재 대비태세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 문제엔 “국방부 아래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바로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지휘통제시스템이 있기에 안보 공백은 있을 수 없다”(전날 김 대변인)고 반박했다.

집무실 이전 논의의 핵심 쟁점인 안보 공백 문제가 상이한 기준으로 해석되면서 정치적 공방으로 소모되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도발을 도발이라 말하지 않다가 갑자기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안보를 운운하는 자체가 굉장히 역겹다”고 비난했다. 안보 공백을 강조한 청와대에 ‘안보 무능론’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국민의힘도 “남북 대화에 목매고 미상 발사체 운운하던 문재인 정권이 안보를 내세우는 건 넌센스”(김기현 원내대표), “진짜 안보 공백이 우려되면 태클 걸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협조하면 된다”(이준석 대표)고 대대적으로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전히 발목잡기 구태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수석은 “(안보 공백은) 저희 정부가 당연히 걱정해야 되는 건데 왜 신구 권력 갈등인가”라며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방법을 찾으면 예비비야 당연히 빨리 인수인계가 되는데 그걸 갖고 저희가 왜 몽니를 부리나”라고 반박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