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논란이 뜨겁습니다. 국가 안보 문제, 경호의 적절성, 예산 낭비 논란 등 다양한 쟁점이 있습니다.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이전하려 하는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공론화가 덜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현안과 관련해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이전의 '명분'일 겁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핵심 명분으로 대통령과 참모의 '거리'를 말했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윤 당선인의 발언을 토대로 이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청와대와 백악관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참모의 소통을 방해하는 청와대 공간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당선인은 본관과 비서동의 분리, 정확히는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진이 일하는 건물이 멀어 소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자회견문 가장 앞부분에 명시돼 있는, 가장 핵심적인 명분입니다.
먼저 청와대 구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청와대 본관에 있습니다. 청와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건물입니다. 참모들이 있는 비서동은 현재 '여민관'으로 불리는 건물인데, 50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여민관에도 대통령 보조 집무실이 있는데, 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특히,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의 모델로 미국의 백악관을 들었습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백악관 사례를 여러 차례 거론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 : 미국 백악관을 보면, 오벌 오피스(Oval Office :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 참모들 쭉 있고, 거기서 바로 붙어있는 웨스트윙(West Wing : 서관)에 또 전문가들이 밀집돼 있습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집니다. 우리는 지금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본관까지 가는데 차타고 가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봅니다.
- 지난 1월 27일 국민의힘 후보 당시, 국정 운영 계획 발표 기자회견
SBS 사실은팀은 백악관 홈페이지와 미국 주요 언론 기사 등을 통해 백악관 구조를 자세히 취재해 봤습니다.
지금의 청와대는 주집무실이 본관의 외딴 섬처럼 존재하고 비서동에 보조 집무실은 별도로 있는 구조이지만, 백악관은 윤 당선인의 말대로 대통령 주집무실 주변에 주요 참모진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통령 집무실을 필두로 주변에 비서실은 물론 선임고문실, 부통령실, 국가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 등이 감싸고 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북쪽으로 나가면 바로 국무회의실이 있어서 각료들과 바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기자회견 당시 다음과 같은 말도 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 : 백악관 같이 낮은 담을 설치하고 펜스를 설치하고… 대통령이 일하고 있는 모습과 공간이 국민들께서 공원에 산책 나와서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백악관은 참모와의 소통을 너머 국민과의 소통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백악관은 그 어느 곳보다 보안 문제를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을 텐데, 적극적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심지어 투어 참가자들은 대통령 집무실 코앞까지 갈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백악관 홈페이지는 투어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고 써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진 : 백악관 홈페이지
조 바이든 대통령은 투어 팸플릿에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정부 기관은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대통령 집무실 역시 예외일 수 없다"고 프로그램 취지를 썼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단순히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발달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통령 집무실 공개는 그만큼 소통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계산이 깔린 걸로 읽힙니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물리적 거리
하지만, 이내 반론이 나왔습니다. 현 청와대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통령과 참모진의 거리가 멀지 않다고 반박한 겁니다. 윤 당선인 기자 회견 며칠 전, 용산 이전론이 수면 위에 올랐을 때부터 말이 나왔습니다.
"1분 안에 대통령을 뵐 수 있는데 집무실과 비서동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전한다고 하는 그런 논리는…… 전혀 맞지 않다"
-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지난 17일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긴 지 5년이 됐다. 제가 조금 전에 (집무실에서 비서동 사이의) 이동 시간을 확인했는데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
-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페이스북, 지난 17일
앞서 말씀드린 대로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진이 있는 비서동의 거리는 500m 정도 떨어져 있지만, 비서동인 여민관에도 대통령 보조 집무실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비서관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당시 이름으로 여민1관 3층에 설치했습니다. 본관 집무실의 절반 정도 크기인 87m⊃2; 규모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에도 대통령들이 이 공간을 활용해 왔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이곳에서 수석 비서관회의를 종종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민관 집무실의 노무현(사진 위), 이명박 전 대통령
박수현 수석이나 탁현민 비서관이 말하는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에 마련된 주집무실이 아니라, 여민관의 보조 집무실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홀로 떨어져 있는 본관 집무실과, 참모와 가까이 있는 여민관 집무실 가운데, 어디에서 주로 일정을 보냈을까요. SBS 사실은팀은 올해 1월 1일부터 최근까지 문 대통령의 공개 일정을 전부 분석해 봤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1월 1일부터 최근 3월까지 공개된 문 대통령의 일정은 225개 입니다. 이 가운데 청와대 일정은 170개였는데, 여민관 일정이 131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본관 일정은 13개였습니다. 여민관 일정은 주로 참모들의 업무 보고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단 청와대 공식 일정 분석 결과만 보면 대통령과 참모진의 거리가 멀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대통령과 참모 간의 소통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졌는지는 주관적 영역에 가까워 판단을 보류하겠습니다.
'의지'와 '공간'
물론 이에 대한 재반박 논리도 없지 않습니다. 청와대 비서동에 대통령 집무실이 설치된 2004년 이후에도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은 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가령,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때 대면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가 됐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소통에 대한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물리적 공간 변화가 절실하다는 의견도 이때 나왔습니다. 학계와 언론에서 청와대 공간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비서동에 집무실 설치해도 대통령이 안 가면 그만인 만큼, 그 이상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늘 그렇듯 인식과 제도는 맞물려 있는 까닭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비서동 집무실을 자주 찾았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대국민 기자회견 횟수 기준으로 보면 그 성적은 초라한 게 사실입니다. 임기 동안 신년 기자회견 4번, 취임 2주년 대담을 포함한 취임 기념 기자회견 4번, 국민과의 대화 2번이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약 150번 직접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 혹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집무실을 옮긴다고, 구조를 바꾼다고 국민과의 소통이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건 당연할 겁니다.
사실과 반박, 또 이에 대한 재반박까지 지난한 토론을 벌이며 돌려 돌려 설명해도, 결국은,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이 남았습니다.
안보 문제, 경호 문제, 비용 문제 등 여러 논란들이 있지만, 사실은팀은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의지'와 '공간'의 정치학, 시청자 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인턴 : 정경은, 이민경)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