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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뭔가에 씌어서 그러나"…尹, '용산 이전' 꺼지지 않는 '풍수지리·무속'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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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시절 손바닥 왕(王) 자처럼 행동" 민주, '무속 논란' 공세

보수 진영서도 "풍수지리 때문이란 오해받을 수 있어"

"국민 반대에도 성급하게 추진하는 이유 설명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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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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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를 둘러싸고 설왕설래는 계속되고 있다. 집무실 이전을 임기 시작 전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배경엔 풍수지리가 얽혀 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청와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윤 당선인은 청와대가 아닌 통의동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이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큼에도 성급히 추진해야만 하는 합당한 이유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무속 의존' 논란을 끄집어내 공세에 나섰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후보 시절 손바닥에 쓴 '왕(王)' 자처럼 행동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취임 후 (이전을) 추진하더라도 불통행정, 안보불안, 서울시민 재산권 침해 등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집무실 이사가 민생보다 중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선거 때 50조원 손실보상, 1000만원 방역지원금 공약하더니 당선 이후 온통 이사 얘기뿐"이라고 꼬집었다.

윤 당선인을 향한 비판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계속됐다. 설훈 의원은 "청와대 옮기는 게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시간을 갖고 제대로 해야 한다"며 "이렇게 옮기게 되면 국민들이 뭔가에 씌어서 저러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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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 청와대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직접 답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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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의 무속 논란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경선 후보였던 윤 당선인은 TV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 자를 새기고 나온 모습이 포착됐다.

대선 후보 선출된 이후인 지난 1월에는 건진법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무속인이 선거대책본부 고문으로 활동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같은 달에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 도사의 말을 전해 듣고 청와대 영빈관을 옮기겠다고 말하는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윤 당선인이 무속에 의존한다는 의혹은 짙어졌다.

민주당의 공세에 윤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무속은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집무실 이전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속 논란은 보수 진영에서도 지적됐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 고문은 지난 21일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당선인과 주변 사람들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계속 노래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용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국민들은 풍수지리설 때문에 가는 거 아니냐, 이렇게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을 가는 건 존중하는데, 이런저런 문제점이 있고 해소 안 된 채로 가고 있다는 것은 당선인이나 인수위(인수위원회) 측에서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여러 난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발과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용산 이전을 두고 풍수지리·무속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에 대해 "국민 반대가 거센데도 현 정부와의 협의나 법적 절차를 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강행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다"며 "당사자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설득력 있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는 당선인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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