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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한은총재 인사 두고 진실공방…감사위원·집무실 이전은 더 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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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2019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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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신·구 권력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23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을 지명한 과정을 두고 양측은 참모 간 협의 과정까지 공개하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여전히 감사원 감사위원 두 자리 인사 문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함께 대통령·당선인 회동이 성사되지 않고 있는 주요 쟁점으로 남아있다.

양측은 한은 총재 인사 과정에서 상호 협의가 있었는지를 두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은 총재 이름이 언론에 많이 나오기에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게) 두 사람을 물어봤다”며 “‘둘 중 누구(를 원하)냐’ 했더니 ‘이창용 ’이라고 해서 이창용 (내정자를 문 대통령이 지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이 이 후보자를) ‘검증했냐’고 물어보기에 ‘과거 금융통화위원 후보로 거론될 때 검증한 게 있어서 문제 없더라’(라고 했다)”며 “당선인 쪽에서도 이 후보자에게 ‘(한은 총재를) 할 의사가 있느냐’고 확인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 실장이 대통령·당선인 회동을 위해 실무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이 밝힌 의사를 반영해 인사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 측은 같은 상황을 두고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정식으로 당선인에게 (한은 총재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고 (당선인이) 수락하겠다고 하면 (후보자를) 추천하는 상호간 협의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이 수석이) ‘이창용씨 어때요’ 하기에 내가 ‘좋은 사람 같다’ 그랬다. 그게 끝이다. 그것을 가지고 당선인 측 얘기를 들었다는 게 납득이 가느냐”고 말했다. 이 수석이 이 후보자에 대해 묻기는 했으나 정식 협의 절차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인사 발표를 앞둔 이날 오전 이 수석과 장 실장은 인사 협의가 있었는지를 두고 언쟁을 벌였다. 장 실장은 “(인사 발표) 10분 전에 (이 수석이) 전화해서 ‘발표하겠다’고 하기에 웃었다”며 “‘무슨 소리냐. 일방적으로 발표하려면 하시라.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선 청와대 관계자는 “‘본인(장 실장)은 합의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했고, ‘(원하는) 사람이 바뀌었다’는 주장도 했고,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과) 패키지로 해야지 왜 이것만 하느냐’고도 했다. 세 가지가 섞여서 뭐가 진심인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번 인사 의도를 두고도 입장이 정반대다. 청와대는 “그쪽(윤 당선인 측)이 원하는 대로 인사를 해주면 선물·계기가 돼 (회동이)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고 한 반면 윤 당선인 측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선의가 선의”라고 했다. 양측은 “자꾸 그렇게 거짓말 하면 다 공개한다”(청와대) “(문 대통령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등) 일련의 과정들이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게 벌어졌다”(윤 당선인 측)고 해 협의를 위한 기본적 신뢰가 무너졌음을 드러냈다.

한은 총재 인사는 양측의 입장 차가 다른 인사보다 크지 않았다. 두 자리가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과 선관위 상임위원이 남은 인사 쟁점인데, 핵심은 감사위원이다. 청와대는 감사위원을 양측이 한 사람씩 추천한 뒤 서로 협의를 거쳐 임명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갈등이 현직·차기 대통령이 대선 후 2주가 지나도록 만나지 못하고 있는 주요 이유다. 장 실장은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은) 감사위원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라면서 “(감사위원) 한 명이 간단한 의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현재 감사위원 5명 중 3명을 ‘친문’으로 보고, 문 대통령이 원하는 인사가 1명만 임명돼도 4 대 3 구도가 돼 윤 당선인 취임 후 원활한 감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회동은 기약이 없다. 문 대통령은 조건 없는 회동을, 윤 당선인 측은 선결과제 해소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당선인이 만날 때 이렇게 조건을 걸고 만난 전례가 없다”며 “두 분이 빨리 만나는 게 좋고, 나머지 세 자리 (인사)는 (실무자끼리 따로) 빨리 협의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반면 장 실장은 “어느 정도 현안에 대해 협의가 되고 최소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두 분이 만나서 얼굴 붉히고 나오면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진다”고 말했다. 두 차례 만난 이 수석과 장 실장 간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실무협의 진행조차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대연·박순봉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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