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LTV완화 등 기정사실화
은행들은 금리 낮추고 한도 늘려
보유세도 동결 '갈아타기' 늘듯
"옆 동으로 이사가고 싶었는데 대출이 안 나와 못간 지도 5년 됐다. 그러는 동안 옆 동은 3억원 뛰었다."
24일 금융위원회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1주택 실수요자들은 들뜬 분위기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 상향 등 가계대출이 풀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그동안 꽉 막혀 있었던 이사수요가 폭발할 조짐이다.
지난 2015년 7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한 40대 직장인 A씨는 자녀들이 크면서 바로 옆 동(9억원)으로 평수를 넓혀 가려고 마음먹었다가 대출절벽에 부딪혔다. 원래는 5억원 넘게 나오던 대출이 지난 2017년 8·2대책 시행(LTV 40%)으로 3억6000만원 정도로 쪼그라들어서다.
2년 동안 기를 쓰고 모자란 1억5000만원을 마련했지만 2019년 12·16대책(LTV 20%)이 시행되면서 가용 대출은 2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그는 "여기가 부자동네도 아니고, 내가 투기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쾌적하게 생활할 자유를 박탈당해 억울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B씨는 직장이 있는 강북으로 이사를 계획했지만 은행 측의 칼 같은 답변에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 강남에 고가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연소득도 1억원을 넘지만 은행에서는 "긴급생활자금으로 1억원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B씨는 "내가 그래도 연봉도 높고 자산도 있는데 빌릴 수 있는 돈이 1억원이라니 씁쓸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대출규제 완화정책이 발표되기 전이지만 은행들은 속속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5대 시중은행 모두 기존 정부 기조에 맞춰 줄여놨던 전세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 80%까지 복구했다. 가계부채 총량관리 탓에 전세대출을 막아놨던 인터넷은행들도 빗장을 풀고 대출금리를 내렸다. 실제로 신한은행과 카카오뱅크는 24일 전세대출 금리를 낮춘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경우 25일부터 모든 전세자금 대출상품의 금리를 0.1%p 내리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도 중신용 대출과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상품의 최저 금리를 각각 0.5%p, 0.20%p 인하키로 했다.
은행권은 인수위가 곧 LTV 상향,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축소, 가계대출 총량관리 폐지로 이어지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낮아진 점도 갈아타기 이사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 24일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올해와 작년 중 낮은 공시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해 공시가 6억원 이하 주택 중 1가구 1주택자는 올해 재산세가 2020년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된다.
1주택자뿐 아니라 갈아타기를 위해 주택을 매입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도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거래절벽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예컨대 경기도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C씨는 자녀교육 문제로 이사를 결심하고 새 주택을 매입한 후 이사를 했다. 중도금은 신규 주택 구입목적의 주택담보대출로 메꿨다. 먼저 살던 집이 팔리면 6개월 후 잔금을 치르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대출절벽으로 후속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부동산 커뮤니티도 대출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서울 집 평균가격이 12억원인데 15억원 규제는 풀리는 수순일 것"이라며 "대출금리가 5~6%로 오르든 말든 규제 풀리면 갈아타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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