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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침공] "러 대학가 전쟁 '쉬쉬'… 뒤로는 '부끄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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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다녀온 프랑스 대학생들 인터뷰

"검열 억눌려 전쟁마저 '상황'으로 에둘러 표현"

연합뉴스

스위스에서 열린 러시아 대통령 규탄 시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우리 대학의 이름을 봐봐. 나는 여기서 내 생각을 말할 수 없어."

올해 초 러시아 대통령실 산하 러시아 국가경제행정아카데미(RANEPA)에 '잠깐' 다녔던 기욤(21) 씨는 학교 복도에서 만난 러시아인 친구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을 들었다.

그러다 방에 들어오자 러시아인 친구는 자신은 전쟁에 반대하고, 푸틴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으며, 러시아인이라는 게 부끄러워 조국을 떠나고 싶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프랑스 북부 르아브르에 있는 노르망디 경영대학원 재학생인 기욤 씨가 25일(현지시간) BFM 방송에 들려준 이야기에서는 러시아 대학가의 삼엄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읽혔다.

기욤 씨는 지난달부터 6개월 동안 모스크바에 있는 RANEPA에 교환학생으로 다닐 예정이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한 달 만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귀국하기 직전에는 파티가 끝나고 오전 4시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대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경비원을 마주친 일화도 소개했다.

모르는 사람이 하는 '정치적인 질문'에 답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던 기욤 씨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자, 경비원은 자신은 전쟁에 반대하며 푸틴 대통령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기욤 씨가 만난 러시아인 대부분은 초면에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무엇인가 께름칙하다는 느낌을 받고 재빨리 방으로 돌아갔다.

경비원이 이런 질문을 한 의도를 알 수 없으나, 기욤 씨는 모스크바에 머문 한 달 사이 잘 모르는 젊은 러시아인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전했다.

기욤 씨와 같은 대학원에 다니며 예카테린부르크로 교환학생을 갔었던 자드(21) 씨는 러시아 교수진은 물론 학생들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 전쟁을 주제로 이야기하기를 꺼렸다고 전했다.

러시아로 교환학생으로 떠났다가 이달 초 프랑스에 돌아온 자드 씨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첫날은 여느 날과 다름없었다"며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금기시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각종 제재가 내려지면서 비자, 마스터카드로 결제가 불가능해지자 대학 측은 이를 메일로 안내하면서 앞뒤 맥락 설명 없이 "상황" 때문에 해당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고 써놨다고 한다.

러시아는 최근 러시아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만을 취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러시아군 활동에 관한 허위정보를 유포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내리겠다고 형법을 개정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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