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7 (일)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러 우크라 침공에… 대만 “美에 의존말고 국방력 키우자”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크라 사태, 안보의식 각성 계기

“中이 침공하면 美가 개입할 것”

응답자 5개월새 절반으로 급감

예비군 소집, 2주간 시범훈련 실시

“의무 복무기간 늘리자” 여론 커져

예산 늘려 대함 미사일 추가 확보

조선일보

25일 대만 타이베이 남서쪽 후커우향에서 육군 특수부대가 훈련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만에서는 중국과 무력 충돌에 대비해 군사훈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만의 안보 의식을 깨우고 있다. 미군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 통일 전쟁’을 시도할 경우에도 미국이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스스로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대만은 남성들의 군 의무 복무 기간을 4개월로 단축하며 사실상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다시 복무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대만 싱크탱크인 대만민의(民意)기금회가 지난 14~15일 20세 이상 국민 10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4.5%였다. 같은 기관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에서는 65%가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5개월 사이 30%포인트 이상 감소한 셈이다. 일본이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43.1%로 나타나 미국에 대한 기대를 앞질렀지만 이 역시 작년 조사(58%)보다는 감소했다. 대만민의기금회 측은 “(미국 등) 세계 민주주의 진영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투입하지 않은 사실이 대만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자 중국 온라인에서는 대만 통일 주장이 쏟아졌다. 대만에서도 “우리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중국군 창설 100주년이자 시진핑 주석의 4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2027년 전후로 중국이 군사력을 이용해 대만을 통일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정부 업무 보고에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당의 총체적 방략(方略)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규모 면에서 대만 국방력은 중국에 열세다. 올해 대만 국방비는 3726억대만달러(약 15조9000억원)로 중국의 17분의 1, 병력 규모는 중국의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차이잉원 대만 정부는 방어 무기를 개량하고 병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월 예비군 동원 조직인 ‘전민방위동원서’를 신설하고 이번 달에는 예비군을 소집해 14일간 시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서 일반 시민들이 총을 들고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 장면은 대만에 큰 화제가 됐다.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장관은 지난 13일 예비군 훈련을 참관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훈련을 위해 예비군을 더 자주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정치권에서는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는 데 활약한 재블린(휴대형 대전차 무기), 스팅어(휴대형 방공 무기) 등의 활약을 언급하며 대만에서도 관련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4개월로 줄어든 남성 의무 복무 기간을 확대하자는 여론은 큰 힘을 받고 있다. 대만은 남성에 대해 최장 3년의 의무 복무제를 실시하다가 2000년 2년, 2008년 1년으로 복무 기간을 단계적으로 줄였다. 복무 기간 단축과 모병제 확대는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한 단골 공약이었다. 2018년부터는 자원 입대자를 제외한 남성은 총 4개월간 기초 군사훈련과 부대 배치 훈련만 받고 있다.

쉬궈융(徐國勇) 내무장관은 지난 14일 대만 입법원(의회) 업무 보고에서 “개인적으로 복무 기간 조정(연장)에 찬성한다”며 “국가의 영속과 안전, 발전과 존재를 위해 1년 또는 몇 개월의 시간을 쓰는 게 뭐 대수냐”고 말했다. 지난 14~15일 실시된 대만민의기금회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5.9%가 의무 복무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시도할 경우 중국군은 미군의 접근을 막으려 대만 주위를 봉쇄하는 것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 정부는 중국의 봉쇄, 상륙 작전을 저지하고자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갖춘 퉈장급 스텔스 초계함, 신형 상륙함을 속속 배치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앞으로 5년간 7조원이 넘는 예산을 별도 편성해 장거리 순항미사일, 대함미사일을 확보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