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중 4개 은행, 가계대출 잔액 줄어…분기별 총량 점검 의미 없을 듯
인수위·금융당국 '가계대출 규제' 완화 가닥…1800조 가계빚 리스크 우려도
16일 서울시의 한 은행 외벽에 주택 담보대출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2.3.1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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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소득기준 대출 규제인 강화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더해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인 영향인데, 이로써 차기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동력도 더욱 커지게 됐다. 은행권은 이미 선제적으로 한도 제한 등 자율 규제를 푸는 모습이다.
다만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가계빚이 1800조원을 돌파한 만큼,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새정부의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열린 '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도 가계부채 리스크 문제가 제기됐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1618억원으로 2월말 대비 7755억원 감소했다. 이 추세면 지난 연말 이후 3개월 연속으로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연말 709조529억원에서 1월 707조6895억원, 2월 705조9373억원으로 줄었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신용대출 잔액이 전월말 대비 1조2273억원 줄었고,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각각 1666억원, 6200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3개월 연속 감소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은행권 전체로 봐도 한국은행이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업계는 연초부터 시행된 차주별 DSR 2단계, 신용대출 5000만원 이내 한도 제한 등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를 유도했던 자산시장의 성장세도 올 들어 한풀 꺾인 점도 대출 수요를 줄이는 데 한 몫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올해부터 금융당국이 추진하려 했던 분기별 총량 점검도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 5대 은행이 올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여 받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4~5%로 이를 맞추려면 분기당 1~1.25%가량 늘려야 하는데, 24일 기준 5대 은행의 증가율은 -0.92~0.12%에 불과했다. 1개 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가계대출이 줄었으며, 늘어난 1개 은행도 0.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정 은행이 과도하게 대출을 취급했다면, 왜 늘었는지 이유를 파악하겠지만 최근 계속해서 잔액이 줄고 있다"며 "현재는 매일 대출 잔액 등 숫자만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가계대출 완화' 내세운 인수위…은행은 선제적 '빗장 풀기'
최근의 가계대출 동향은 규제를 완화하려는 차기 정부의 움직임에 명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가계대출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확대를 차치하고서라도, 금융당국이 시행하고 있는 가계대출 규제의 강도가 높다고 보고 있다.
인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차주별 DSR을 비롯해 가계대출 규제 전반에 대한 완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DSR 기준치 조정, 총량규제 폐기 등이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내부적으로 구체적 방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나, 최종 방안은 인수위내 부동산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부동산 TF 킥오프 회의는 오는 30일 예정돼 있다.
이미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가계대출 규제를 풀고 있다. 5대 은행은 5000만원까지 조였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한도를 최대 3억원까지 풀었다.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이내 대출 등 '전세대출 3종 규제'도 모두 해제한 상황이다. 이로써 금융당국의 권고로 시행하고 있는 은행 자체 규제는 '연소득 이내 신용대출 제한' 정도만 남게 됐다.
인수위와 은행권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계빚이 1800조원을 넘어선데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이 점차 가중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혹여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경제 시스템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 26일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도 가계부채 리스크 문제가 제기됐다. 워크샵에서 김형태 김앤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부채와 가계부채를 합치면 한국의 부채 수준은 낮은 편이 아니다"며 "외국인들도 가계부채 문제에 관심이 크고 질문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는 잘못되면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며 "가계부채도 정부부채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서 정책을 잘 관리하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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